첫영성체반과 함께 하면서
장현희 카타리나 / 우동성당
올해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한 지 5년째가 된다. 늘 새 학기가 되면‘이번에는 또 어떤 아이들과 만나게 될까?’하고 설레기도 한다. 내가 맡은 첫영성체반은 본당 전체 대상 가정에게 미리 공지가 가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조금 빨리 시작된다. 대부분의 본당은 한 달이나 3개월 집중교리로 하고 있지만, 우리 본당은 일 년 가정교리이기 때문에 어린이도 부모님도 똑같이 일 년 간 고생을(?) 해야만 한다. 이런 교사들의 고충을 아셨는지 새로 부임하신 보좌 신부님께서“올해는 신청기간을 2월 말까지로 칼같이 지켜서 선생님들 힘들지 않게 하자”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는가! 주보며 공지문자에 또 칼같이‘기간엄수’를 넣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신부님이 미사시간에 여러 번 강조하셔서 인지 신청 마지막 날에 여덟 가정이나 신청하시고 38명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3월이 되고 뒤늦게 신청하고자 하는 몇 가정이 생겼다. 이미 교리도 시작되었고 최종 인원으로 명단이 다 만들어져‘이번에는 신부님 말씀대로 원칙을 지켜야지’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신청 기간이 지나서는 받지 말라던 신부님께서“이렇게 교리를 받고자 교회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매정하게 기간이 지났으니 내년에 오시라 하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오히려 교사들을 설득하시는 게 아닌가. 참으로 난감했다. 원칙을 지키자니 쉬는 교우를 또다시 교회와 멀어지게 만들게 되고, 원칙을 어기자니“기간이 지나고는 받지 않으니 꼭 기간 내 신청하세요”라고 말했던 것이 부끄럽게 되니 말이다. 선생님들과도 여러 번 의논하고 신부님, 수녀님과도 수차례 상의해서 최종적으로 부모님의 의지가 강한 가정은 함께 하기로 했다. 우리들도 결정 내리는데 무척 고민되었지만, 신부님과 상담하고 또 결정이 나기 전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렸을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신부님의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나무라는 바리사이파 같이 느껴졌고, 신부님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예수님같이 생각되어 무척 부끄러웠다.
해마다 첫영성체반을 하다 보면 바쁜 일상으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 못했던 가정이 다시 성당에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아이가 첫영성체 교리를 받을 뿐인데 아이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도 성당으로 오게 되니 주일학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고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