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음악(전례음악) 악보 자료실
<등록날짜 - 2003-12-31>

<오르간 설치와 관리>

 

오르간은 교회에서 성장한 악기다. 육성 뿐 아니라 설치 공간이 거의 다 교회 건물이었다. 이 말은 오늘날 오르간을 설치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참고할 사항을 함축하고 있다. 오르간이 성장한 바탕을 이룬 유럽교회 건축물들은 고딕이건, 로마네스크건, 바로크건, 로코코건, 대부분 내부 바닥과 벽 마감 소재가 벽돌이나 대리석이고 천장은 백회 반죽이었다. 이는 긴 잔향을 유발하며 높은 천장과 함께 성스러운 음향을 연출한다. 따라서 새로 성당을 지으며 마이크 소리 전달만을 위해 쟌향을 전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르간을 위해서는 치명적 조건을 마련하는 셈이다. 꼭 오르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자들이 성가를 부르는데도 적당한 잔향이 없으면 매우 힘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 요즘 음향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잔향이 긴 공간에서도 마이크 소리를 잘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했다. 오르간 제작자와 연주 전문가들은 '3.5' 잔향을 이상적이라고 한다.

 

오르간은 제작한 나라와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음향세계를 갖는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나라에 따라서 독특한 음향세계를 추구하며, 또 때로는 스톱(Stop, 레기스터, 음색)의 명칭들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오르간을 설치하고자 하면, 어떤 스타일 오르간을 선택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정해진 오르간 가격은 없다. 설치 장소 크기에 따라서 규모(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고, 또 주문자의 재정 능력에 따라서 품질 차이도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일을 오르간 제작자와 상의하려면 본당에서는 전문조언자(Sachberater)를 구해야 하는데, 이 전문조언자는 오르간 연주와 오르간 구조학 등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어야 한다.

 

오르간이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0억원대를 호가하는 악기이니만큼 그 관리도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요즘엔 우리나라에도 오르간 제작을 공부한 전문가들이 있어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상시관리' 계약을 통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 줄 수 있다. 가장 어리석은 관리는 사용 금지다. 아끼는 것만이 최고인 줄로 생각하고 손도 못대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혹은 수천만원짜리 전자 오르간을 사놓고 발건반에 나무 커버를 씌워 놓은 희극적 사례도 있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은 적당히 사용을 해야 바람이 통하고, 그래야 내부 목재 부품들이 습기나 좀벌레 등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그러나 관리 중에 가장 중요한 관리는 오르간 연주자들의 보호 육성이다. 오르간을 잘 아는 전문 연주자를 키우면 그 값을 하게 마련이다. 한국가톨릭교회는 연주자 육성 교육에 지원이나 투자를 한 적이 없다. 그렇게 길러진 연주자들이나마 잘 격려하면서 활용하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