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음악(전례음악) 악보 자료실
<등록날짜 - 2003-12-31>

백남용 신부님(가톨릭대 성신교정 교회음악대학원장 겸 서울대교구 주교좌 성음악감독)2003921, 28105'평화신문'3회에 걸쳐 연재하신 글을 퍼옵니다.

 

<교회와 오르간>

 

웅장한 고딕 성당 안에서 울려나오는 장중한 소리. 때로는 압도적이고, 때론 감미롭게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끌어주는 소리. 이 소리를 내는 악기가 오르간이다. 오르간을 우리는 흔히 파이프오르간이라고 부르며 리드오르간(풍금)이나 전자오르간과 구별하지만, 본래 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만을 뜻한다.

 

오르간은 기원전 246년 알렉산드리아 기술자 크테세비오스(Ktesebios)가 발명했다고 전해지며, 자세한 구조를 알려주는 도면은 기원전 1세기 비트루브(Vitruv)의 오르간이 첫 사례다.

 

이 오르간은 희랍과 로마제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다. 네로황제나 그의 스승 철학가 세네카도 오르간을 가졌고, 또 연주했다는 기록도 있다. 말하자면 초기 오르간은 황제들의 악기였다. 그러다 어느 때부턴가 이 세속 악기가 오직 교회 악기로만 취급된다. 아마도 베네치아 출신 그레고르(Gregor)신부가 칼 대제의 셋째아들 루드비히(Ludwig der Fromme, 778-840)에게 오르간을 직접 제작해 주면서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레고르 신부는 수사 제자들에게 제작 기술을 가르쳤고, 당연히 그 수사들은 이 아름다운 소리의 악기를 전례에 사용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이 오르간이 전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극찬과 비난이 교차됐다. 하지만 14세기에는 교황칙서나 공의회 결정도 없이 교회의 거룩한 악기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가톨릭교회의 오르간 애정은 전통적으로 각별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교회음악 표준 모델로 그레고리오 성가와 무반주 다성음악을 최고로 삼았던 로마악파의 전통을 받아들였지만, 오르간을 전통악기로 지정했다.

 

또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그 정신을 계승, 확인하고 있다. "라틴교회에서 파이프오르간은 전통적 악기로서 크게 존중돼야한다. 그 음향은 교회의식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정신을 하느님 및 천상에로 힘차게 들어올릴 수 있다." (전례헌장 제120)

 

오르간이 교회에 받아들여지면서 제작비용이나 설치공간, 연주자 상시 고용 문제 등 여러 조건상 오직 교회에서 보호 육성됐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오르간은 교회에 보답했다. 예를 들면 바흐시대 당시 라이프치히 개신교회는 주일에 신자들이 적어서 여기저기 교회 문을 닫았지만 바흐의 오르간 음악과 그의 성가대 연주는 다시 교회를 신자들로 가득 채워 주었고, 심지어 문 닫았던 교회들이 다시 문을 열게 됐다고 전해진다.

 

오늘날도 유럽교회에 가 보면, 신자들이 없어 썰렁한 교회에서 자주 열리는 오르간 연주회가 그나마 사람들을 성당 안에 들어오도록 끌어당기고 있다. 한낮 짧은 기도회도 사실은 오르간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제는 오르간이 교회를 도와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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