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필사가 주는 것

가톨릭부산 2015.11.06 05:26 조회 수 : 133

호수 2342호 2015.08.23 
글쓴이 박주영 첼레스티노 

성경 필사가 주는 것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 본부장 park21@chosun.com

‘읽기’와‘쓰기’는 달랐습니다.‘당연한 얘기’라고 하시면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최근 제 본당 레지오에서‘릴레이 성경 필사’를 했습니다. 저도 한 부분을 맡았지요.‘느헤미야기 3장’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데 몇 년 전에도 필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세월이 흘렀고, 제 나이도 더 먹었습니다. 예전엔‘에즈라기’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때는 일사천리로 필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는 성경들 중 눈에 띄는‘해설판 공동번역 성서’를 필사했습니다. 집에서, 사무실서 짬짬이 시간 날 때 열심히 썼지요. 
‘느헤미야기’는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와 허물어진 예루살렘 성벽을 중건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3장은 느헤미야가 귀국해서 유다 백성들을 설득해 성벽을 쌓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사제, 예리고 사람, 기브온 사람, 미스바 사람, 드고아 사람, 대장장이, 향료 제조업자, 구역장, 금장이, 상인…. 요즘 말로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 이 일을 했습니다.

이들 구절을‘쓰면서’“읽는 거랑 좀 다르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그냥 읽기만 할 때는 ‘누가 어디까지 성벽을 쌓았다’는 반복되는 구절이 지겹게 느껴졌습니다. 대충 읽고 후다닥 지나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쓰니까 생각이, 느낌이 먼저 달려가지 않았습니다.‘엥, 뭐 이리 직업이 많지’‘비슷한 구조의 문장이 반복되니 외우기 쉽겠다’는 등의 생각이 글자 위에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다 쓰고 제 쁘레시디움에 냈습니다.“다른 단원들과 쓴 양식이 다르네요?”“으잉, 이럴 수가…”다시 써야 했습니다.‘대사제 엘야십은 동료 사제들을 거느리고…’

38절까지 모두 새로 썼습니다. 이번엔‘무너진 성을 쌓는 과정을 필사하도록 만드신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느헤미야는 참 신중하고 성실한, 겸손하고 지혜로운 지도자인 듯 하네’ 등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이사 55, 10~11 참조) 

성경 필사를 하다 보면 이런 체험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구약이든, 복음서든 1~2장이라도 필사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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