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주일을 맞아

가톨릭부산 2015.11.06 05:23 조회 수 : 18

호수 2337호 2015.07.19 
글쓴이 배계선 부르노 

농민 주일을 맞아

배계선 부르노 / 시인, 수필가 ksbae@dau.ac.kr

집 근처 승학산을 자주 찾는다. 이 산에 오를 때마다 저 멀리 있는 낙동강과 을숙도, 그리고 김해평야를 굽어보노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 부근에서 살았기에, 김해평야의 농지가 해마다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대학에서 농업 관련 학문을 전공해왔기에, 우리 후손들이 먹고 살아갈 옥토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볼 때마다 더욱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연중 제16주일이면서 농민 주일이기도 하다. 농업과 농민의 중요성을 잊지 말자는 의도에서 제정되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란 속담이 있듯이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먹고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보리고개’란 말이 유행했었다. 우리 삶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한두 가지일까 만은 배고픈 보리고개 만큼 참기 어려운 고개도 없었던 나날들이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 당시만 해도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 인구였다. 오늘날처럼 생활이 풍요하지 못한 그 시절엔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 하지만 산업이 현대화될수록 농업이 다른 산업들에 밀려나게 됨에 따라 농민들의 어려움이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식량 생산이란, 경영 성과로 보면 2차, 3차 산업에 비해 채산성이 비교적 낮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오일쇼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식량 문제가 아닌가 싶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우리들의 먹거리 창고가 산업 개발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진다 해도 곡식, 채소, 과일 등의 먹거리는 우리 삶의 기본이다.

오늘도 농부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농산물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뿐만 아니라 유전자조작 농산물(GMO)과 같은 위험한 먹거리들은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농업을 지키고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신앙인의 자세에서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질서를 보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식탁에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농민들의 땀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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