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 있는 삶은 가능한가?
변미정 모니카 / 가톨릭노동상담소 free6403@hanmail.net
어느 대통령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중‘저녁이 있는 삶’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언젠가부터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조차 없어진 현실을 많은 분들이 공감한 까닭이겠지요.
지난 5월부터 노동사목에서는 매월 셋째 일요일 노동자 미사‘더불어’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를 통해 만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꿈이 뭐냐는 질문에“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 이 청년 세대들에게 우리 어른 세대들은 저녁이 있는 삶, 주일이 있는 평범한 삶을 과연 줄 수 있는 걸까요?
(* 본 글에 나오는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부산서 대학을 다니는 서아라 학생은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중학생인 남동생이 있습니다. 남동생 학원비며 본인의 등록금 마련이 부모님께 얼마나 어려움이 되는지 뻔히 알고 있는 터라, 용돈만큼은 아르바이트로 마련해보려고 몇 달째 소위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일들은 부모님께도 차마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들이 많았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들어간 이영식 학생. 가정형편을 고려해 부산에 있는 국립대학을 추천한 담임선생님의 권유를 물리친 게 후회됩니다. 입학 때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소위 공부의 신이라는 꽤 공부 잘하는 그룹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었기에, 과외나 여러 아르바이트를 통해 서울에서 생활하는 비용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부딪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부모의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아이들의 학습량을 8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과외 또한 인맥 중심 시장이었기에 지방학생은 명함도 내밀 수 없었습니다. 장학금을 유지할 수 있는 평점을 못 맞춰, 결국 휴학을 하고 등록금을 마련하려 이리저리 뛰어봤지만, 한 달 30만 원 고시원에서 라면 한두 개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삶이 버거워 군 입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베트남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뜨안비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남동생이 있는 뜨안비는 생활비를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 중입니다. 지난 방학에는 공장에서 최저 시급으로 8시간 이상 일했지만 갑자기 높아진 혈압과 어깨통증으로 오래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차비가 들지 않는 학교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최저 시급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만두라 할까봐 사장님께는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