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얼굴의 오른편과 왼편

가톨릭부산 2015.11.06 05:21 조회 수 : 113

호수 2335호 2015.07.05 
글쓴이 김기영 신부 

하느님 얼굴의 오른편과 왼편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지난번 오사카에서 있었던 관구사제대회를 다녀왔다. 5개 교구, 약 150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모여 일본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며 기도하는 자리였다. 대회 테마는‘서로의 다름을 통해 풍성해지는 교회’였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타민족 형제들과 더불어 신앙 공동체를 어떻게 일궈갈 것인지 고민했다. 

한국에서도“외국인 100만 명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일본에도 참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산다. 한국, 중국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에서 온 사람들이 많고, 다음으로 중동, 남미, 아프리카, 유럽, 미주권으로 넘어간다. 히로시마 교구 주교좌 성당의 주일미사 참례자를 보아도 30% 이상이 외국인이다. 또, 아무리 시골 성당이라고 해도 한두 명 정도는 꼭 외국인 교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현상이 거울처럼 교회 안에 비치면서, 특히 고령자가 많은 일본 교회가 낯선 외모와 언어, 문화와 역사를 가진 그들과 함께 어떻게 신앙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인지 주님께 의탁하며 그 길을 여쭈었다. 다양한 문제들이 있지만, 우선 신앙인이라면 결코 빼 먹기 힘든 미사에 대한 이야기로 대회는 달아올랐다. 

이어 한국, 베트남, 필리핀, 브라질 등 다른 문화권에서 오신 신부님들의 자기 나라 소개와 교회 분위기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동양권 교회는 그나마 일본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남미, 아프리카 교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일본 교회의 전례를“조용하고도 깊은”이라고 말한다면, 남미, 아프리카 교회의 전례 분위기는 그야말로“활발과 역동”이었다. 발표 후 피드백에서“나는 아무리 적응하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부터“신선하고 흥겹다.”는 등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사실 한 본당 안에 둘 이상의 민족 공동체가 있으면 여러 면에서 함께 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문제는 상대방을 어떻게 나에게 맞출까가 아니라, 서로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더 깊은 수준의 일치를 이루는 축복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 교회의 조용하지만 무게 있는 전례를 통해 신자들을 성심의 깊은 뜻으로 이끌면서 그분의 오른편 얼굴을 묵상케 하고, 남미나 아프리카의 전례를 통해 교회 안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는 성령의 현존을 체험케 하고 그분의 왼편 얼굴을 보게 한다면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면서 주님 보시기에 더 아름다운 사랑의 식탁을 봉헌할 수 있지 않을까? 주님의 현존이 함께하시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하나 되는 신비를 보존한 멋진 신앙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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