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가톨릭부산 2015.11.06 05:20 조회 수 : 46

호수 2332호 2015.06.14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장밋빛 인생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부장 fogtak@naver.com

염색이 잦아져도 이제 흰 머리카락을 감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름을 없앤다는 화장품도 써보고 건강식품도 먹어보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난 왜 이렇게 늙어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요? 아마 잘 늙을 준비가 덜 돼서 아직은 늙는 게 두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름답게 늙기를 바라지만 한 살 한 살 나이 먹으면서 아름다운 노후를 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듭니다. 몸은 약해지고 경제적 어려움에다 외로움까지…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는 말이 점점 실감 납니다.

어느 시인은“사람은 누구나 꽃”이라고 했습니다. 때론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지만 하느님이 보시기엔 우린 모두 꽃처럼 예쁜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세상 살면서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도 가시 같은 상처 몇 개쯤은 품고 살기 마련입니다. 마치 화려한 장미꽃이 가시를 품고 있듯이 말입니다. 장미의 가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장미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며 화려하게 피는 것은 가시가 있어서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흔히 가시 없는 장미는 없다고 하지만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장미 없는 가시는 없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가시 같은 상처와 고통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장미를 피우기 위한 과정이며 약속임을 믿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마치 십자가가 구원의 징표이듯이 말입니다. 밥벌이의 어려움, 사람이 주는 상처, 불의한 세상이 주는 공포 속에서 나를 지키며 겪어 낸 고통이야말로 결국엔 장밋빛 인생을 보증하는 구원의 약속이며 선물 아닐까요? 

장밋빛 인생은 핏빛 고통을 이겨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장미는 가시가 클수록 꽃송이가 크다고 합니다. 겪어낸 고통의 크기가 클수록 더 화려한 장밋빛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늙는다는 건 대체로 고통과 상처를 많이 겪었다는 것이니 참다운 장밋빛 인생을 알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늙음은 그리 겁낼 일도 아닙니다. 보속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면서 일생을 다해 피워낸 장미꽃 한 송이를 하느님께 봉헌할 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느님 성전을 장미보다 아름답게 장식할 존재가 바로 우리들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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