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

가톨릭부산 2015.11.06 05:19 조회 수 : 110

호수 2332호 2015.06.14 
글쓴이 김종대 가롤로 

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

김종대 가롤로 / 시인, gaserol@hanmail.net

저는 양쪽 눈이 약시랍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물을 빨리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실수와 결례를 자주 하게 됩니다.‘보고도 알아보지 못한’까닭입니다.

교회 내에서 봉사한다는 것은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하는 작은 순교요,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공동체 안에는 제각기 다른 직분이 있습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몸과 지체가 역할을 나누어 맡는 것이지요.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의 역할이 더 빛나 보여 자꾸 섭섭한 시선이 갑니다. 상대의 티끌은 찾게 되고, 스스로의 들보는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봉사자의 모습은 거울과 그림자로 나뉩니다. 거울은 좌우를 반대로 보여주면서 제대로 비추었다 하지요. 그림자는 옳은 일을 바르게 하든, 그른 일을 다르게 하든 말없이 따라와 함께 해 줍니다. 여러분은 거울입니까? 그림자입니까?

또 봉사는 오상을 받는 것입니다. 손발에 못 자국이 생겨도, 마음의 옆구리가 창에 찔려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더군요.

봉사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몸으로 하는 수고와 활동, 시간을 쪼개서 공동체와 함께 하는 것, 또 그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며 좋은 말로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가엾은 마음으로 지지하는 것, 금전과 물품을 정성껏 내어놓는 것이지요. 여기에 예수님의 마음과 시선, 섬김과 위로가 있으면 서로가 더욱 힘이 나지요.

그러나 중심을 잃은 듯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활동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나서지 않으면서 숨어서 조롱하고, 숨겨진 것을 들추어 분열을 일으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교회 내에서 봉사자, 사목협조자는 섬김의 자리이지요.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왜 봉사하느냐? 무엇을 원하느냐?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느냐?’라고 묻게 됩니다. 일 중심으로, 사람 관계 중심으로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끼리끼리 모여 짜인 그물에 갇혀 있거나 그물에서 벗어나 배척받기도 하지요. 또 종교인으로 종교생활만 하는지, 신앙생활은 어떤지, 신심생활로 이어지는지, 그러면서 예수님 닮은 영성생활로 나아가는지 영적식별로 선택하라고 스스로 묻게 됩니다.

예수님은 누구를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계실까? 저는 점점‘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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