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훨훨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얼마 전, 3박 4일간 츄브로(일본 지방 가톨릭 고교생 대회)를 다녀왔다. 80명 가량의 고교생들이 모였고, 서로의 생각과 삶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piece of peace(평화의 조각)”였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그 조각을 퍼즐처럼 잘 끼워 맞춰간다면 우리 안에 더 큰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 지은 주제였다.
이곳에서 나는 졸업을 앞둔 한 여학생을 만났다. 다들 즐겁게 놀고 있는데 혼자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이 신부들 역시 그렇다. 얼굴을 보아하니“맹견 조심! 건들지 마시고 그냥 가시오!”라고 딱 써놓은 듯했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제발,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라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순간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이끄심을 따라가기로 했다.“안녕?”일부러 한국말로 말을 걸면서 한국에서 온 신부라고 하니 왠지 관심을 보였다. 자기도 한국어 공부에 관심이 많고, 대학도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느냐고 물으니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시작했다. 자기는 어릴 때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질환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학교도 절반밖에 다니지 못했고, 졸업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단다. 그래서“이럴 바에야...”하면서 목을 매려고 했던 적도 있었단다. 하지만‘그래도 살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자기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고 싶어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순간,‘주님, 이 아이를 만나게 하기 위해서 여기로 부르셨습니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이 아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한국 신부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어, 닉 부이치치라는 호주의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친구도 태생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고, 때문에 자신과 주위의 사람들, 심지어 하느님마저 원망했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그 고통의 의미를 깨닫고 온몸으로 세계를 일주하며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그리고이 젊은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말씀“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 31)를 이 여학생에게도 들려주었다. 이 말씀이 이 친구의 마음에 울렸는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치유의 눈물이었다. 대회를 마치면서, 나 역시 부르심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의 일상이 있는 갈릴래아에 이미 와 계심도 체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