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가톨릭부산 2015.11.06 05:15 조회 수 : 38

호수 2324호 2015.04.19 
글쓴이 하창식 프란치스코 

신호등

하창식 프란치스코 / 교구 평협회장 csha@pnu.edu

교통 신호등은 안전을 지켜주는 표시입니다. 적색이면 반드시 정지해야 하고, 황색이 켜지면 정지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차량은 물론이고 보행자도 함께 지켜야 할 기본적 규칙입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물이나 환경, 사람 등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도 언제 어디서나 건강 상태를 알리는 신호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먼저 목이 아프고 코끝이 아려옵니다. 자주 피로를 느끼게 되면 건강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등이 켜진 셈입니다. 어쩌면 녹색 신호등 상태에 있던 우리 건강한 몸에 주의를 요하는 황색 신호등이 켜진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황색 신호등이 켜졌을 때 약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적색 신호등이 켜진 뒤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우리 삶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위험하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적색 신호등이 연상됩니다. 언제 사고를 낼지 조마조마한 사람들이기에 적색 신호등이 켜진 때처럼 자신들이 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사고를 내고 죄를 짓게 됩니다. 봉사활동에 열심이고 이웃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주며 베푸는 사람들을 보면 녹색 신호등이 연상됩니다. 그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며, 마치 녹색 신호등처럼 우리의 인생살이를 멈춤 없이 싱싱 달리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보통 삶에는 녹색 신호등과 적색 신호등이 켜지는 시간들도 있겠지만, 황색 신호등 상태가 대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게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았더라도, 큰 위험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항상 깨어 있는 삶이 필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보다는 이웃을 배려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베푸는 삶을 살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녹색 신호등이 켜진 것 같이 맘껏 질주할 수 있는 우리 삶에 갑작스럽게 적색 신호등이 켜지더라도, 그것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다가온 불행의 크기가 작아질 것이고 슬픔이나 괴로움 또한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활 제3주일입니다. 적색이 되어 잘못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멈추게 하고 그들이 잘못될 우려가 있을 때 황색이 되어 미리 주의하게 하며, 우리에게 사랑과 감사의 삶을 멈춤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녹색이 되어주는 신호등, 우리에겐 무엇이 그 신호등 역할을 할까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만이 우리 삶 안에서 유일한 신호등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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