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데워주는 마음
정여송 스콜라스티카 / 수필가 wjdduthd123@hanmail.net
여러분! 여러분은 살면서 아주 힘들 때 어떤 말이 위로가 되던가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누군가에게 실토한 이야기로 인해 더 힘들었던 적은 없는가요? 맛나고 풍성한 언사로 한 상 가득 차린 말잔치에 머리가 아픈 적은 없고요? 분명히 위로를 담은 표현이었고, 딱하고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려는 토닥거림이었을 텐데요. 넘어트리려는 말이 아니라 겨드랑이에 부드럽게 부축의 손을 집어넣는 궁극의 언어였을 텐데요. 참으로 이상합니다.
진심은 늘 뒤에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워낙 수줍음을 잘 타고 섬세한지라 다그치고 윽박지르면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듭니다. 그 어떤 화려한 언변이거나 고고한 충고라 할지라도 진심이 동반되지 않으면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위로는 진심이 나누어지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까닭이지요.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봐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꼭 안아주세요. 고통스러운 이에게 위로가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상처가 되는 말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진심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그저 눈 마중하고 귀 기울이십시오.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기다리면 진심은 어느 순간 튀어나올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미처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 못한 사람들도 하늘에 대고 이야기를 합니다. 마음에 있는 것 모두 하늘에 쏟아내고 나면 좀 가벼워진다지요. 하늘이 오염될까 걱정을 하면서도 마음속 오물까지 죄다 쏟아 놓습니다. 아마도“힘들었겠네. 그 누구도 그랬다더라.”,“삶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뭐.”라는 말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듣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침묵해 주기를 바랐겠지요.“내가 옆에 있어 줄게.”라는 참된 마음을 기대하지 않았겠습니까?
마음을 데워주는 마음, 진심. 그것은 먼지 하나 묻히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 기꺼운 선물입니다. 나무는 그늘을, 구름은 비를 약속하듯이,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세상 끝까지 함께 하심을 약속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 곁에서 걱정을 하시고 같은 것을 느끼며 늘 바라보고 계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마음을 저버린 채, 과거에 대한 반성과 헛된 희망을 갈구하는 것으로 인간다움을 찾으려 했던 마음이 부끄럽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