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찾기

가톨릭부산 2015.11.06 05:11 조회 수 : 34

호수 2318호 2015.03.08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십자가 찾기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부장 fogtak@naver.com

살다보니 수술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목숨에 지장 없는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그래도 고통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걱정해 주는 가족들을 보면서‘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아픈 걸 대신해 줄 순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열나며 아픈 자식들 보며‘내가 대신 아팠으면’하는 부모 마음, 한번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태어나서 아프고 늙는 건 사랑하는 사람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유신론적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신 앞에 선 단독자’가 되라고 충고했습니다. 죄와 불안, 절망의 한계를 지닌 인간이지만 그 한계를 거쳐 하느님이 내미는 손을 스스로 잡아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불안과 절망 속에서 하느님께서 내민 손을 잡는 일은 어느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하느님과 홀로 마주 선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고 보면 구원의 관건은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자신의 결단에 달린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고 예수님의 구원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들은 자신의 십자가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유혹은 돈 만 있으면 편하고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자주 늘어놓습니다. 이런 유혹에 맞서기 위해선 고독과 침묵이 필요합니다. 고독은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하느님과의 오롯한 만남을 가능케 해 줍니다. 침묵은 내 말만 늘어놓던 자만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구원 티켓인 제 십자가를 찾기 위한 고독과 침묵의 시기가 사순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 개인으로 인하여 공동체의 평화는 때론 살얼음처럼 쉽게 깨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연이나 별것 아닌 이유로 시작된 전쟁이나 범죄가 얼마나 많은지 따져 보면 알 겁니다. 공동체의 기본인 가정에서도 구성원 각자가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불화가 생기기에 십상입니다. 주님을 따라가며 제 몫의 십자가를 지는 일은 세상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운명이자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축복의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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