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17호 2015.03.01 
글쓴이 김종대 가롤로 

십자고상(十字苦像)을 바라보면서

김종대 가롤로 / 시인 gaserol@hanmail.net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 모습에 감춰진 뜻을 찾으며, 그리 살아야지 하지만 반복되는 부끄러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고개 왜 오른쪽일까? 아마도 지그시 눈 감으시고 귀를 열어 우도(右盜)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또 시곗바늘 분침같이 5분 전으로 보입니다. 저더러“깨어 있어라.”(마태 25, 13),“참고 기다리고 있어라.”(야고 5, 7~8 참조) 하십니다. 

가시관의 가시는 몇 개일까? 날카롭게 짓누르는 가시, 얼마나 아프실까? 죄송한 마음이 먼저입니다. 가만 헤아려 보니 꼭 제가 지은 죄만큼 가시가 보입니다.

십자가 뒷면엔 무엇이 있고, 왜 비어 있을까? 십자고상을 만든 제작자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텅 비어 있습니다. 그 빈 곳 누구의 자리일까? 생각하니 제 자리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마태 10, 38 참조) 말씀하십니다. 크기가 왜 다를까? 모두들 살아가며 작고 가벼운 걸 지고 가려 하지만 주어지는 것 언제나 크고 무겁다 여깁니다. 알고 보면 무게는 같습니다. 

그 뒷면에 기대어 보고 싶습니까? 그루터기나 등받이 의자처럼 정말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등을 기댈 때 제대로 받혀 주지 못했습니다. 짐을 진 듯 느낍니다. 제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인가 봅니다. 그러면서 힘들 때마다 의지할 곳은 결국 십자나무였습니다.

형틀 모양이 왜 더하기(+)일까? 다른 형틀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저희의 삶이 빼기(-)가 아니라 보태지기를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에게“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 20 참조) 하십니다.

왜 계절도 구분 없이 알몸으로 그리 계실까? 있는 그대로 속을 다 보여주시며 숨길 게 없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언제나 감추고 가리는데 말입니다. 추운 날, 따뜻한 솜이불이라도 덮어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바라보니 무엇인가 보입니다. 먼지입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만큼 먼지도 많이 쌓였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의 허물과 잘못입니다. 그러고 보니 십자고상 씻어 드린 적이 없습니다. 저 자신도 제대로 씻지 못했습니다. 그저 부끄럽습니다. 여러분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십자고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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