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성경 읽기

가톨릭부산 2015.11.06 05:07 조회 수 : 84

호수 2313호 2015.02.01 
글쓴이 박주영 첼레스티노 

셰익스피어와 성경 읽기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 본부장 park21@chosun.com

미국 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종신형 죄수가 10년간의‘셰익스피어 수업’을 통해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했다는 내용의 책을 최근 읽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셰익스피어는 16세기 영국의 대문호지요. ‘맥베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등 수많은 작품을 썼습니다. 때론 책으로, 혹은 연극으로 한번은 접했을 이름이지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16살에 감옥에 들어와 종신형을 선고받은‘래리 뉴튼’이란 이름의 이 죄수는 25살에 한 대학 교수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인‘셰익스피어 수업’에 참여했답니다.

평생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할 절망적 상황에서 거칠고 무도하고 짐승처럼 살아가던 이 죄수는 10년간‘셰익스피어 수업’을 겪으면서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리처드 2세처럼 세상 사람 모두는 자기의 감옥 안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작은 감방 안에서 서성대며 자기 생각들로 세상을 쌓고 있어요.”“(‘맥베스’에서 느낄 수 있는)이 공포와 혼란과 불안이라니! … 공포와 혼란, 속 뒤틀리는 불안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기괴해요.”

이 죄수는 우선 자신과 400년 전의 맥베스를 연결시키고 맥베스의 행동(범죄)과 생각, 심리에 의문을 던졌다는군요. 이어 같은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과 심리에 대해서도 질문했답니다. 그런 후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답니다. 그러고 났더니 심성과 행동 등에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났답니다. 가톨릭 용어로‘회개’인 셈이지요.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내가 성경을 볼 때 어찌했는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책과 하느님의 책은 다르지요. 성경은 지식, 교양, 인문 등의 대상도 아니고요. 하지만‘체험과 변화’란 측면에서 이 죄수의 사례가 의미있다고 여겨졌습니다.

한밤중에 하느님과 씨름하는 야곱, 가족과 재산 그리고 건강 등을 모두 잃은 욥, 고래 뱃속에 갇힌 요나의 이야기를 읽을 때, 그냥 이야기로만 생각한 게 아닌가? 야곱과 욥은 왜 그랬을까? 그들의 불안과 혼란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라면? … 많은 상념들이 서성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게 셰익스피어 읽기와 성경 읽기의 가장 큰 차이겠지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 21)

호수 제목 글쓴이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김임순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