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기도송

가톨릭부산 2019.05.01 09:55 조회 수 : 29

호수 2541호 2019.05.05 
글쓴이 오원량 카타리나 리치 

 

새들의 기도송

 

오원량 카타리나 리치 / 온천성당, 시인 ryang213@daum.net

 

새는 편안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있지 않다. 위태로운 난간에 있거나 연약한 가지 또는 출렁거리는 전선에 앉아 열심히 주위를 살핀다.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새의 집을 보라. 새의 집은 아늑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가시 같은 가지를 물어와서 집을 지어 수잠을 잔다. 그곳에서 알을 낳고 알을 부활시키고 부지런히 새끼에게 먹이를 구해 먹이며 새끼가 하루라도 빨리 날아 먼 곳으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긴장된 삶 속에서도 새는 끊임없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듣는 이로 하여금 청량감을 주고 있다. 그렇게 새는 새끼를 먼 곳으로 날려 보냈지만 슬픈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쁨에 넘친 소리도 아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소리는 이제 남은 시간을 자신의 삶에 더 열중하는 것같이 들린다. 이처럼 새의 하루는 새벽부터 일어나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는 것이다.

한여름 숲속에서 야영을 한 적이 있다. 새는 날이 새기가 바쁘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새벽부터 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도시생활에 젖은 내게는 경이로운 일이었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새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쳐다보았다. 새는 하늘을 우러러 열심히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는 다름 아닌 하느님에게 바치는 기도송같았다. 그렇게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열심히 기도송을 하더니 새들만의 조배시간일까 한없이 조용해졌다. 새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가 했더니 오후, 석양이 붉게 물든 하늘을 약속이나 한 듯 한 점 점으로 찍힐 때까지 먼 곳으로 가볍게 날아가고 있었다. 새의 뒷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였다.

우리 인간의 삶도 어찌 새들의 삶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새의 기도송 같은 묵주기도로 아침을 맞이해 본다. 일어나서 묵주기도부터 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 하느님의 뜻대로 척척 알아서 다 해주실 것 같은 가뿐한 믿음이 생긴다. 왠지 모르게 또 하루 기분좋은 날이 될 것 같다.

주여! 당신의 품속에서는 당신이 고통스럽게 걸었던 십자가의 길을 걸을 때도 저희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new 김임순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