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전쟁이다
류명선 스테파노 / 교구평협 기획분과장 bluestar218@hanmail.net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제2대 교구장이셨던 고 이갑수 가브리엘 주교님께서 평생 쓰신 강론 원고를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사회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으신 주교님의『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강론집의 원고는 영문에다, 한자는 초서였고 한글은 옛 글자였다. 근 일 년간을 밤낮으로 주교님의 원고를 정리하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주교님께 정리된 원고를 검열받으면서 평신도로서 주교님을 자주 뵙는 영광을 안았다.
박식하신 주교님의 강론은 참으로 일품이었는데 나 역시 이 원고를 정리하다 보니 자연히 나의 신앙심에도 감화가 되고 큰 변화를 가져와 2년제인 부산가톨릭신학원에 입학하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하루는 평소처럼 주교님을 찾아뵈옵는데 주교님께서“휴우.”하시면서 혼자서 중얼거리며 하시는 말씀이“신앙은 전쟁이야.”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언뜻 듣고“주교님, 신앙이 전쟁이라뇨.”하고 여쭈었더니 주교님께서는“신앙을 갖는다는 게 전쟁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그만큼 성경의 말씀대로 신앙을 지킨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날마다 깨어있지 않으면 악착같은 마귀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하셨다.
나는 팔십여 평생을 주님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 주교님께서도 신앙을 지키기가 저렇게 힘드신데 우리 평신도들은 어떨까 싶었다. 정말이지 우리들은 주일마다 열심히 미사를 드리지만 성당 문을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앙을 저버리기가 일쑤였다.
그러니까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전쟁을 하는 것처럼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금방 마귀의 손에 놀아나기 쉽다. 그래서 우리 평신도들은 항상 성경 말씀을 가슴에 새겨듣고 성경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그 말씀을 몸소 실천해야만 마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 하느님 말씀을 믿고 실천하는 것은 곧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것이 봉사라는 값진 열매라고 느낀다.
나는 가끔씩 믿음이 식을라치면 주교님의 그 인자하신 얼굴을 떠올리며 주교님께서 가르쳐 주신 “휴우, 신앙은 전쟁이야.”하고 혼자서 중얼중얼 거린다. 그 중얼거리는 독백에 따라 금세 내 얼굴은 밝아오고 새로운 힘을 얻어 봉사의 현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