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83호 2014.07.27 
글쓴이 장춘길 바오로 

감동, 그 이상이었던 도보성지순례 

장춘길 바오로 / 교구평협 고문 ckjang@live.co.kr

2008년 8월 마지막 토요일에 시작된 부산교구 순교자 이정식(요한)과 양재현(마르티노)을 비롯한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시성기원 도보순례의 대장정이 지난 5월 24일 6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교구설정 50주년 기념 도보순례 감흥에 젖어 참가한 분들, 음료수와 교통정리 봉사를 해주신 마라톤 동호회원들, 휠체어를 타고 참가한 지체장애인들, 둘이서 손목을 묶어 참가한 시각장애인들과 봉사자들, 신부님이 자장면을 사 주신다는 말에 속아 끝까지 완주한 민락성당의 순진한 주일학교 어린이들, 양팔 기도로 순례하는 형제의 모습, 내 생에 처음으로 묵주기도 70단을 봉헌하셨다는 동대신성당 주임 이영묵 몬시뇰. 그리고 많은 성직자, 수도자, 신심단체들이 도보순례를 함께 하였습니다. 

그 중에도 특히 시각장애인 백운태(베드로) 형제가 기억납니다. 그는 언제나 앞장서서 걸었습니다만,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 분들께 물으니 하늘나라에 가셨다고 하였습니다. 그분을 찾아뵙고 위로하며 기도도 못 해 드렸기에 순례 때 그 모습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마도 하느님 곁에서 하느님께 재촉하고 떼쓰려고 그렇게 빨리 떠났나 봅니다. 

2010년 6월 주교 서임되시고 첫 도보순례이신 손삼석 주교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순례를 마치시고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 성수로 세상의 온갖 오물을 다 씻어 내리시고 거양성체 하실 때 성체의 빛이 얼마나 강렬하던지. 그 빛이 세상에 어두운 곳을 다 비추고 하늘에 닿을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지난 5월 24일 마지막 도보순례. 두 분의 주교님을 모시고 광안성당으로 들어가는데 그 열기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습니다. 선봉장 순교성지사목 담당 한건 신부님, 기수 강송환(마르코) 형제를 비롯하여, 첫 달에 152명으로 시작한 도보순례가 어찌 보면 시작부터 끝이 보이지 않던 아득한 여정이었지만 순교자의 삶을 따르려는 순교정신이 들불처럼, 바이러스처럼 퍼져 그날은 1,30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오륜대순교자성지성당에서 기념미사 때 특별상을 받은 김경수(토마스) 가족의 모습은 유난히도 빛났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앞에 나가 상을 받을 때 엄마 품에 안겨 생글생글 웃으며 수녀님들 쪽으로 손을 흔드는 아기의 모습에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마치 성모님 품에 안긴 아기 천사가 생글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순교자들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이 모습을 보시면서 어찌 감동하지 않으셨겠습니까? 

하느님! 순교자 124위의 시복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통하여 이 땅에 참된 사랑과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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