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같아

가톨릭부산 2015.11.06 04:42 조회 수 : 61

호수 2281호 2014.07.13 
글쓴이 김종대 가롤로 

내 마음 같아

김종대 가롤로 / 시인, gaserol@hanmail.net

내 마음 같은 사람이 있을까?

마음의 씨앗을 뿌리며 잘 자라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겪는다. 어떤 단체나 기구, 혹은 행사를 위해 필요한 사람을 뽑는데 많은 정성을 들인다. 서로를 인정하고 마음을 맞추며, 좋은 점과 아이디어를 찾아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정작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섭섭하기 마련, 임기가 끝나거나 일을 마칠 무렵이면 마음이 씁쓸하다. 필요하다고 여길 땐 머슴 부리듯 하더니, 일이 끝나면 이용당하고 버림받았다는 느낌. 직책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나온 과정의 수고와 노력, 노동의 가치는 별것 아닌 듯 가리어지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은 부분과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만 부각된다. 가라지가 된 기분이다. 차라리 시작하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살다 보면 다 키운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도 그렇고, 연인과 헤어질 때도 그렇다. 필요한 기술과 능력, 학문을 배우려고 다가오는 경우도 그렇다. 배움이 끝나면 등 돌리는 모습도 흔한 일이다. 선거나 사업 수주도 그렇다. 당선되거나, 일이 성사되면 과정은 자기중심으로 재해석된다. 꼭 필요한 사람을 뽑고 챙기지만 일이 끝나면 대개 그렇다. 사회만이 아니라 교회도 그럴 때가 있다. 누구나 자기중심의 삶을 살아가지만 언제나 뒷맛은 쓰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상대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대하는 태도와 관심의 방향을 일러주는 말씀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며 살았구나, 상처를 주고 받으며 마음의 씨앗 잘못 뿌렸구나하고 반성한다. 사실 처음엔 실망과 분노, 자괴감마저 느끼다가 어느 정도 자숙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나도 그랬구나.’하며 마음 추스르며 기도하게 된다.

내 마음 같은 사람 없을 거라 알면서도
내 마음 같은 사람 만나기를 기대하며 살다
내 마음은 상처를 입고
내 마음 가는대로 되는 세상없을 거라 
알면서도
내 마음 가는대로 살아보자 다짐하며 
살아가다
내 마음 갈 곳을 잃고
내 마음 둘 곳 없을 거라 알면서도
내 마음 둘 곳 찾아 그리 헤매고
멀지 않은 곳에 내 마음 둘 곳 있어도
언제나 멀리 바라보는 눈은
마음보다 멀리 달아나고
내 마음 있는 곳에 그도, 세상도 있을 법한데
다시 보면 내 마음 같지 않은 걸 알면서도
아직도 욕심내고 사는 것을 보면
그도 세상도 내 마음 같은가 보다

- 내 마음 같아 -

호수 제목 글쓴이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김임순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