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와 제자리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fogtak@naver.com
미사 시간 앞자리에 앉으면‘금총’, 중간쯤은‘은총’, 뒷자리에 앉으면‘눈총’을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사 전 성전 앞쪽 좌석이 비었어도 뒷좌석부터 자리가 차는 광경을 자주 봅니다. 하느님을 가까이서 뵙기에 부담스러워서 그럴까요? 성전의 뒷자리를 고집하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저도 미사에 마음을 모을 준비가 덜 됐거나 분심이 가득할 땐 뒷좌석을 고집한 적이 있습니다. 자리를 고집하는 일이 어찌 성당에만 있을까요.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건 존재를 인정받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가족 간의 식탁에서도 내 자리가 있다는 건 구성원의 일원으로 내 존재를 인정받는 고맙고 소중한 일입니다. 그런데 세상에선 이 자리 때문에 자주 다툼이 벌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보다 높고 큰 자리에 앉기를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한정돼서 경쟁이 필연적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자리가 능력과 노력에 합당한 자리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국어사전에‘제자리’는‘마땅히 있어야할 할 자리’라고 나와 있습니다.‘제자리’를 살피지 않고‘내 자리’만 고집한다면 욕심을 부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참사를 부른 세월호 선장이 제자리를 지켰다면 이처럼 큰 희생은 없었을 겁니다.
극장에 앉았던 자리는 막이 내리면 비워줘야 합니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는 데 삶의 무대에 마지막 막이 내리면 세상에서 앉았던 자리는 비워줘야 합니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앉아 온 좌석에서 떠나야 하듯 인생의 마지막에 도착하면 세상의 자리도 떠나야 합니다. 흙으로 돌아간 뒤엔 내 몸보다 훨씬 작은 자리만 있어도 될 터인데 넓은 집, 큰 차, 높은 자리에 욕심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리 중에 가장 중요한 건‘마음자리’인 것 같습니다. 불가에서는‘심지(心地)’라고 해서 마음의 본바탕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엔 하느님이 저희들에게 허락하신 착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현대인의 불안과 초조는 이 마음자리가 흔들리기 때문 아닐까요. 마음자리가 욕심의 거친 돌밭에 앉아 있으면 세상살이가 늘 힘들고 불안할 겁니다. 내 마음이 하느님이 허락하신 평화로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 목표인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전 늘 궁금합니다.“내 마음은 언제쯤 제자리를 찾아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