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
김영일 바오로 /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kim6996@silla.ac.kr
전국이 온통 노란 리본 물결입니다.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먹먹한 마음이 온 마음을 짓누르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이 상황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이 슬픈 사건을 보면서 주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의 자세와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 가슴 아픈 사건의 원인이 결국은 우리 인간들의 탐욕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뒤섞이면서‘이런 사람들에게도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탐욕이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이러한 인간의, 아니 우리들의 욕심이 배어있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함께 또 하나 이 사건의 원인이 있습니다.‘기본’의 무시입니다. 이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에 바로 이‘기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기본이 무시된 사회 속에 우리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똑같이 기본을 무시한 채로 말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고도성장을 이룩한 우리 사회의 찬란한 모습들이 마치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느껴집니다.
사회적 삶 속에서 기본을 지키는 일과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일은 별개의 것일까요?“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 39)는 주님의 말씀은‘타인의 죄를 용서하고,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너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기본을 지키는 것인데, 현대 사회에서는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대부분 바로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통질서의 기본을 지키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가게 됩니다. 각종 규정과 규칙을 지키다 보면 조금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나의 욕심을 버려야만 가능한 것이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동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물질에 대한 욕심과 남보다 조금 더 앞서려는 경쟁심으로 기본을 저버린 모래 위의 성과 같은 세상을 만들었는데, 마침내 그것이 무너지는 한 장면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웃에 대한 사랑의 삶을 살기를 다시 한 번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실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빨리 가려는, 그리고 조금 더 이익을 보려는 욕심을 버리고 기본을 지키는 삶을 실천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