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가톨릭부산 2015.11.06 02:36 조회 수 : 39

호수 2272호 2014.05.11 
글쓴이 김검회 엘리사벳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김검회 엘리사벳 /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eli70@hanmail.net

지난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열일곱 살 어린 학생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어른들의 부주의로 생때같은 목숨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온 국민이 자식 잃은 마음으로 비통해하고 있을 때, 마침 뉴스를 보던 초등학생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게 따지듯이 물었습니다.“엄마, 하느님은 왜 언니, 오빠들이 죽어가는 데 가만히 내버려둬요? 하느님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얼마 전에 교리반에 입교한 엄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딸에게 대답했습니다.“그런 게 아니야, 만약에 네가 학교 가는 길에 넘어져서 다쳤어. 그럼 누구 마음이 제일 아프겠어?”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낮은 목소리로“내가 다치면, 엄마 마음이 제일 아플 거야…” 하느님을 알아가는 예비자 엄마가 딸에게 전해주는 하느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날, 예수 부활 대축일을 앞둔 성삼일 성체조배를 마칠 즈음에 한 자매님이“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영혼을 위해서, 그리고 실종자들이 힘을 내어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반면 한 교우는“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성스러운 시간에 다른 기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체조배실에 냉기가 흘렀습니다. 평소 두 분은 본당 활동에 열심한 신자였기에 분위기는 더 난처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교우들이 제안에 공감하면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예수님도 이해하실 거야!” 

때론 예기치 않는 사건사고에 직면하면서 우리의 얕은 신앙은 시험대에 놓이기도 하고 공동체에 분열이 이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장 마음이 아픈 분은 바로‘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을 배반하고 우상과 물욕에 눈이 먼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기꺼이 외아들을 내어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인간의 척도로는 가늠할 수 없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 끝까지 순종하고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는 결국 부활하시어 우리의 희망이 되셨습니다. 

삶과 죽음을 하느님께 의탁하고 그분 말씀에 귀 기울이는 삶, 내일 부르시면 뒤돌아보지 않고“예”하고 기쁘게 따를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너무 가까이 있어 소홀하기 쉬운 형제를 챙겨주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교회의 일치와 사명을 위해 자신을 낮추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는 이 지상에서 우리가 완성해야 할 사랑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6호 2025. 6. 29  주님 사랑 글 잔치 김임순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