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68호 2014.04.13 
글쓴이 변미정 모니카 

이제는 싹을 틔울 시간이야 - 냉담교우들에게 손 내미는 교회

변미정 모니카 / 노동사목 사무차장 free6403@hanmail.net

봄입니다. 꽃씨들이 숨을 틔우는 봄입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엔 어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나요? 오늘 저는 제 마음에 조금씩 자라고 있는 싹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고백하건대 오랜 세월 냉담자로 살아왔습니다.‘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음.’국어사전에 설명된 냉담(冷淡)의 의미입니다. 미국과 유럽 교회는 냉담 교우를‘실천하지 않는’이라는 의미에서‘not practicing’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3년 이상 미사 참례와 성사 생활을 하지 않는 신자를 냉담 교우로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저처럼 냉담하고 있는 분들을 주위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냉담자라고 먼저 말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천주교 신자였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년 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소식과 함께 들려오는 뉴스는 돌아서 있는 제 어깨를‘톡톡’하고 두드렸습니다. 교황직을 받고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 했던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혀서도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보였던 예수님의 기도처럼, 교황이라는 자리가 권위를 드러내는 높은 의자가 아니라 이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십자가로 받아들이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그분의 행보는 십 대 소녀의 마음처럼 자꾸만 팬심을 돋게 하고,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싶게 만듭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모습, 제어되지 않는 인간의 욕망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잘못되었다 바로 잡아야 한다는 그분의 말씀이 자꾸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제가 일하는 가톨릭 노동사목에서는 올해 초 부산지역 노동현장과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고 있는 교우들과 함께‘활동가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은“20년 만에 미사를 보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은 교회를 떠나 있지만, 우리는 그분들이 돌아올 계기를 만들고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냉담자들의 가슴 속에는 주님께서 심어주신 믿음의 싹이 겨울처럼 웅크리고 있거나 잠자고 있겠지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보여주시고 실천하시는『복음의 기쁨』은‘이제는 싹을 틔울 시간이야’하고 우리에게 봄바람이 되어 속삭이는 듯 합니다. 여러분께 냉담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형제 자매님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여러분이 먼저 내미는 손이 주님의 기쁜 부활을 맞아, 생명이 넘치는 부활꽃으로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예수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모습으로뿐만 아니라,‘주님의 말씀과 평화의 인사’를 가서 나누도록 여러분들 안에 살아계시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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