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박옥위 데레사 / 시조시인, poempark@hanmail.net
주거지를 옮겨와 낯선 성당으로 전입해 올 때 사람들은 많은 유혹을 받곤 한다. 서먹한 마음이 드는 탓이다. 갈까 말까 어쩔까 좀 익숙해지면 가야지! 등. 그럴 때 잘못하면 쉬게 되고 냉담하게 된다. 그런 마음을 지레짐작하고 신부님은 새 신자들에게 백합을 한 송이씩 주셨다. 커피는 대화를 이끌어내고 백합 향은 영혼으로 스며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래 입어도 새것 같은 편안한 옷을 선호하듯 저마다 오래 다니던 성당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좋으신 신부님, 종달새 같은 젊은 수녀님은 오고 가시지만, 표정이 밝고 성숙한 교우들이 있고, 기도드리는 성모상, 중후한 오르간 소리, 젊은이들의 활기찬 연주, 우람하고 아름다운 성가를 가슴 뭉클하게 하는 성가대가 있다. 거기에다 가끔 차를 끓여내던 청년들의 생기발랄한 웃음소리, 사무장의 친절함은 성당의 따스한 분위기에 단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저녁이면 성모송이 보슬비처럼 자우룩이 묻어오던 뒷문 계단길이 생각난다.
내가 존경하는 한 어른은 이런 말을 했다. 서구에 가면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호호 할머니들도 예쁜 옷을 차려입고 치장을 하고 오래된 빨강 구두를 꺼내 신고 멋을 부리며 성당에 온다고,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행복하게 표현하는 그들을 칭찬한다. 명화 한 장면을 본 것 같은 이야기다. 노인들도 소년 소녀처럼 꿈이 있으면 젊은이 못지않게 아름답다.
나는 사무엘 울만의『청춘』을 좋아 한다. 육십 세이든 십육 세이든 인간의 가슴에는 경이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체국이 있다. 인간과 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기쁨,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 고 하질 않는가. 그러나 영감이 끊어져 정신이 싸늘한 냉소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는 스물이라도 인간은 늙는다. 고 한다. 젊고 늙고 옳고 그른 것은 외양에 있기보다는 그 사람 정신 상태나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젊어도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이 없을지니, 참 신나는 시가 아닌가!
우리는“평화를 빕니다.”인사 후 성체를 영하고 뿌듯한 기분으로 파견 성가를 마친다. 그런데 평화의 인사의 효력이 약했던지 방금 인사한 옆 사람이 언제 봤냐는 듯 쌀쌀하다. 안녕히! 다음에 만나요! 아니면 목례라도 할 텐데… 잘 가요! 인사하고 나오니 하늘이 봄빛이다.
개 불알 풀이란
꽃 이름이 민망해
별 싸라기 꽃이다
까치꽃이다 하는 사이
마당엔
별이 쏟아졌다
종알종알 별싸라기
<꽃 이름>
봄입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