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

가톨릭부산 2015.11.06 02:27 조회 수 : 17

호수 2264호 2014.03.16 
글쓴이 박주미 막달레나 

사순 시기 

박주미 막달레나 / 노동사목 바자울배움터 www.laboroffice.or.kr

유쾌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즐겁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예쁘고 아름답고 고요해서 저절로 쉬고 싶은 아주 편한 환경이 있다. “어쩌면 저 사람은 저렇게도 착한 일을 많이 하지?”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 참 기특한 일이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을 잘 알고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하고 편안하며 행복에 겨워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면 참으로 좋지 않을까? 정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일까? 상상의 나래를 접고 현실을 보면 모든 것이 기울어져 있고 비뚤어져 있고 흐려져 있다. 사람들은 갈수록 더 어렵고 힘들게 산다. 열심히 일하지만 가계 빚은 늘어만 가고 아픈 사람은 치료비가 없어 병을 키우고만 있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한다. 병원은 사람보다 돈이 더 소중한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병원에 가면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글귀도 보게 되는데 자세히 보면 병원 측에서 붙인 것이 아니라 병원노동조합에서 붙여 놓은 것이다. 학생은 등록금이 없어 학자금 대출로 빚쟁이가 되고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된다. 노부모는 요양비가 없어 품위 있는 노후는 아예 상상해 보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고독사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의 탓일까?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 평생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을 우선으로 여긴다면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거나 교육을 못 받거나 노후가 불안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여정에 기본적 조건도 갖추지 못한다면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가족이 생계 곤란으로 생명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이제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안타깝고 비통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 잘 살아보자는 기본 가치는 어디로 사라졌나? 이대로는 정말 안 될 것 같다. 무너진 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세워야만 한다. 무시당하고 멸시 받는 이웃들이 나의 희생으로 존중받는 사회 구성원이 되기를 바라며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리에 있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회개와 용서를 청하며 국민화합을 이끌어내는 지혜로운 위정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은, 소외되고, 억울하고, 감옥에 갇히고, 굶주린 이들 편에서 그들이 세상의 주인임을 일깨우고, 존중하고, 해방과 자유를 공유하고 풍요로움을 다함께 느끼고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실천하는 그런 사순 시기를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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