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62호 2014.03.02 
글쓴이 윤미순 데레사 

마른 강에 그물을 던지지 마라

윤미순 데레사 / 수필가 jinyn5020@daum.net

장 프랑수아 르벨·마티유 리카르 공저 『승려와 철학자』를 읽다 보면 ‘마른 강에 그물을 던지지 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인 권력, 부, 쾌락, 명예 등이 일시적인 만족을 가져다 줄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왜 흠이 필요한가. 일본의 정원사는 균형미를 잘 이룬 정원의 한쪽 구석에 민들레 몇 송이를 심어놓기도 하고,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아주 섬세하게 짜여진 양탄자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놓는다고 한다. 또 인디언들은 구슬로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 하나를 꿰어 넣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은 흠이 있기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부족하고 모자라기에 우리는 사람을 갈망하고 이 사람에게서는 이런 점을, 저 사람에게서는 저런 점을 직관적으로 느끼고 다가간다. 그 다가감이 때론 절망으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러면서 우리는 자란다. 흠이 메워지고 부족했던 부분이 조금씩 채워지기도 하며, 그러는 동안에 우리의 가슴도 조금씩 넓어진다. 그래서 깊고 푸른 행복이 무언지 깨닫게 된다.

엠마우스 운동을 시작한 피에르 신부님은 사람들이 “우리는 왜 이 땅에 태어나는 걸가요?”하고 물으면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이지요”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피에르 신부님은 한 편의 소설보다 더 기구한 운명을 살다 자살 미수에 그친 조르주의 이야기를 듣고 수도자이기에 재산이 없어 도와줄 돈이 없지만 당신은 기왕 죽기를 각오했으니 집이 지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집이 빨리 지어질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조르주는 자신이 비록 인생의 낙오자였지만 나무판자는 나를 수 있다는 생각에 승낙을 한다. 그 일이 그의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자신보다 더 불행한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게 되었다. 조르주는 나눔으로써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원리를 깨닫게 된 것이리라.(『단순한 기쁨』 2001 피에르 신부 저) 

재산도 지식도 명예도 모두 지녔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따지고 보면 저마다 모두 부족한데 마른 강에 그물을 던지는 것처럼 불행한 일이 어디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돈을 나누어 주어야 할 때가 있겠고, 때로는 마음을, 희생을, 너그러움을, 분노를 나누어야 할 때가 있으리라. 그리고 그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하신 말씀, 부족함은 사랑으로 채워져야만이 우리에게 독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 대지에도 훈기가 돌겠다.

※ 엠마우스 운동 : 1949년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가 조르주라는 자살 미수자를 만나면서 비참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공동체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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