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업고 가시는 예수님

가톨릭부산 2015.11.06 02:19 조회 수 : 631

호수 2256호 2014.01.26 
글쓴이 김영일 바오로 

나를 업고 가시는 예수님

김영일 바오로 /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kim6996@silla.ac.kr

고등학교 시절 어느 피정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힘든 사막 길을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 사람은 예수님과 이야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걸어갔고, 사막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사이좋게 나란히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사막의 뜨거운 태양과 목마름 속에서 너무나 힘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함께 걸어가던 예수님의 모습은 사라지고, 혼자 남은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발자국도 어느 순간부터 하나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예수님, 같이 잘 오시다가 이렇게 힘든 순간에 왜 나만 홀로 남겨 두십니까?”라고 예수님을 원망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친구야, 그 순간은 네가 너무나 힘들어해서 내가 너를 업고 걸어왔단다.”라고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합니다. 때로는 즐거운 일로 기뻐하고, 때로는 슬픈 일로 가슴 아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희로애락의 감정과 일들은 누구에게나 다 일어납니다. 문제는 그 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좋은 감정이 일어나는 일들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예수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즐겁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슬픈 일이나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대부분은 주님께 원망을 돌립니다. 왜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느냐고요. 아니 이렇게 슬픈 나를 왜 혼자 버려두느냐고요.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가장 슬퍼하고, 아파하는 그 순간 주님은 더 힘들게 우리를 업고 계신다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가 바로 우리의 슬픔이며, 아픔입니다. 그 모든 슬픔과 아픔을 주님이 우리 대신 지고 가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힘든 나를 업고 가는 주님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이신 주님은 자녀들이 아프거나 슬프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프고 고통 속에 있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와 더 가까이 계시며, 더 큰 도움의 손길을 주고 계십니다. 가장 극한의 고통 속에 있었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하면서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고통과 두려움 속에 주님이 함께 계심을 믿고 의지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예수님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희망이 있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희망과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통 속에 있는 나를 업고 가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5호 2025. 12. 28  하느님의 무기 new 조영만 신부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