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과 죄의 사함

가톨릭부산 2015.11.06 02:16 조회 수 : 87

호수 2254호 2014.01.12 
글쓴이 김상진 요한 

영화 ‘밀양’과 죄의 사함

김상진 요한 / 중앙일보ㆍJTBC 부산총국장daedan57@hanmail.net

죄를 지었습니다. 고해성사를 봤습니다. 신부님으로부터 받은 보속을 했습니다. 지은 죄에 비해 제가 받은 보속은 미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뒤 다시 깊은 성찰을 하고 선행도 했습니다. 고해성사를 다시 보면서 같은 죄를 고했습니다. 보속을 하고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죄가 사해지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사도신경을 외면서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는 끝부분을 가슴 깊이 되새겼습니다. “그래 죄의 사함을 믿어야지.”라고 위로했습니다. 저의 믿음이 약한 것이라고 자책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밀양’이 떠올랐습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정착한 주인공 신애. 돈 많은 여자로 소문나면서 아들이 납치되고, 아들은 결국 싸늘한 시체로 돌아옵니다. 주변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면서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마침내 교도소에 가서 면회를 신청한 신애는 아들을 죽인 원수를 만납니다.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면서 신애는 “주님의 사랑으로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왔다.”고 원수에게 힘들게 말합니다. 그런데 범인은 너무나도 태평스레 이미 자기는 하느님께 용서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피해자인 신애의 용서는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신애는 범인의 태도에 분노합니다. 

비록 영화지만 ‘죄의 사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하느님께 용서받기 전에 피해자에게 먼저 용서를 받아야 합니다.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면 피해를 보상해주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죠. 세속의 민·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도 피해 보상 여부에 따라 정상 참작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합니다.

영화 밀양은 극적인 스토리를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겠지요.

죄와 함께 살아야 하는 나약한 인간에게,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교리는 큰 위로를 줍니다. 세례를 받으면 원죄 이전의 상태가 되면서 모든 죄는 사해집니다. 그 후에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은 죄는 고해성사를 통해 수시로 용서 받아야 합니다. 

제가 지은 죄를 생각하니 세례성사와 고해성사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두 성사의 은혜를 입지 않았다면 저는 죄책감에 억눌려 밝은 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성사와 고해성사를 세우신 뜻일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세례성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죄를 멀리하는 신앙생활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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