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48호 2013.12.15 
글쓴이 박옥위 데레사 

기다림은 우리를 새롭게 할 것이다

박옥위 데레사

가을 사이에 겨울이 끼어들기를 했다. 대란이 벌어졌다. 중부지방에는 때 아닌 적설, 산마을엔 일찍 얼음이 얼었다. 오래 따뜻했던 가을 날씨 탓에 제비꽃이 다시 피고, 내년 봄에 피어야 할 봉숭아가 지레 피더니 서리를 맞았다. 자동차의 끼어들기 탓에 아수라장이 된 네거리처럼 날씨와 우리 사회가 매우 닮았다. 연일 신문은 숨 가쁜 뉴스들로 우리 마음의 바닥을 친다. 날씨도 사회도 기현상인가 몹시 춥다. 진실과 거짓이 섞여 벅수를 넘고, 자살, 타살, 범죄, 아우성, 욕설, 막말, 비어, 속어가 세상을 휘몰아 가는 듯 요란하다. 수많은 군중들이‘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바라빠를 살려주시오!’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몰아가듯이. 그러나 가만히 들으면 낮은 데로 임하시는 주님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온다. 따뜻한 햇빛, 푸른 하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행적, 채명신 장군의 유언,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세상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산정에서 아랫마을을 내려다보거나, 바다를 볼때, 거대한 늪을 내려다볼 때, 그리고 중환자실에 누운 환자를 볼 때, 인간이란 얼마나 작고 나약하고 불쌍한 존재인가를 절감한다. 그럴 때 우리는 절대자를 찾는 것이다. 세상 모든 아픔을 치유하시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로하시던 분, 판단에 올바르신 분,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 늪같은 가슴, 용광로 같은 가슴을 가지신분! 그분만이 내 지친 영혼을 바로 세우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분이다.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주님의 진실하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깨어있으라! 잘 들어 두어라! 주님은 말씀하신다. 주님께서는 밝은 빛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바라는 만큼 진실한 말씀을 하실 것이다. 요한이 보낸 사람에게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에게 의심을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마태 11, 6) 지금은 주님의 말씀을 목말라하는 시간, 교만한 생각을 내려놓고 촛불을 밝히고 무릎 꿇고 기도할 때다.

준비되지 않았을 때 내리는 폭설은 난폭하기도 하지만, 그리움을 동반하고 내리는 눈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눈을 나비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춤추며 날아 오는 눈이 모두 나비라면 나는 꽃이 될 것이고, 그것이 화살이라고 생각하면 피를 흘릴 것이다. 그러나 화살보다 꽃이 아름답지 않은가? 세상 아픔 모두를 꽃으로 받아안는 지극히 높으신 한 분을 기다리며 졸시 한 수를 읊는다. 지금은 주님을 기다리는시간, 우리는 새롭게 될것이다.

겨울
밤하늘에서
나비가 날아온다
한 마리
두 마리
아아 가뭇없이 날아오는
나비 떼
새하얀 나비 떼
난 그냥 꽃이 될밖에

<졸시, 꽃이 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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