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

가톨릭부산 2015.11.06 02:07 조회 수 : 107

호수 2244호 2013.11.17 
글쓴이 장영희 요한 

소통과 불통

장영희 요한 / 시인, 부산대 겸임교수jangyhi@hanmail.net 

요즘 참 재미있게 보는 아무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 ‘편하게 있어’는 사람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소통과 불통을 소재로 신선한 웃음을 준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참 많지만 소통만큼 어려운 일도 드물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소를 부려 일하시는 할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어찌 그리 소와 사람이 소통이 잘 되는지 무척 놀라웠고, 한편 참 평화로워 보였다. 몇 년 전 상영되었던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생각난다. 내 눈에는 영화 속 늙은 부부가 기르는 소는 가족과 다름없어 보였다. 사람과 동물도 소통만 잘하면 행복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어서 감명 깊게 보았다. 질그릇 장독이나 문종이를 곱게 바른 전통 집의 문이 가치 있는 것은 소통의 미덕 때문이다. 안팎의 공기가 소통이 잘 되니 그 기능이 특별한 것이다.

모든 불통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불통하면 죽기도 한다. 바벨탑 이야기가 잘 보여준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이나 핏줄도 통하지 않으면 죽는다. 국토를 실핏줄처럼 이어 흐르는 강물도 흘러 소통이 되어야 살아 있는 것이다. 불통은 자기 자신, 개인과 개인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요즘 정치권은 불통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불통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또 불행하게도 한다. 구성원들 사이에 이른바 네트워킹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다.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 응용과학대 교수는 “21세기 핵심 가치는 네트워킹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 문제도 소통을 하면 해법이 나온다.”고 말했다.

선의의 행동이 오해로 매도되는 상황은 불통의 한 유형이다. 측은지심이 생겨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한 행동일지라도 상대방이 오해하면 본래의 좋은 의도는 사라지고 만다. 서로 깊은 상처만 남긴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간에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해는 영혼이 순수한 사람의 특권이다. 대상에 대한 사랑. 이해하고 싶어서 기득권을 포기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자신을 보수하지 않는다.”고 여성학 강사 정희진은 말했다.

자기 마음 안에서도 불통의 상황은 있다. 믿는 이에게는 하느님과 나 사이 불통은 제일 큰 문제며 고통이다.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청하시오, 주실 것입니다. 찾으시오, 얻을 것입니다. 두드리시오, 열어 주실 것입니다.’(마태 7, 7) 인간의 역사는 소통과 불통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불통은 생사를 가르고, 전쟁을 일으키며, 역사를 바꾼다. 불통의 상황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이며 역사의 진보다. 불통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소통이 이루어지면 “너 때문에 난 참 행복해”가 되지만, 불통이 되면 “너 때문에 난 불행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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