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눈빛으로

가톨릭부산 2015.11.06 01:58 조회 수 : 131

호수 2243호 2013.11.10 
글쓴이 김기영 신부 

성모님의 눈빛으로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지난달, 아키타(秋田) 성체봉사회에서 있었던 ‘성모님과 함께 하는 기도의 밤’ 순례를 다녀왔다. ‘신앙의 해’를 끝맺으면서 로마교구가 주최한 대대적인 행사였다. 특히, 이 행사의 놀라웠던 점은 세계 10개소의 성모 순례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기에 바뇌, 브라질 아파레시다, 프랑스 루르드, 인도 바이랑카니, 이스라엘 나자렛, 케냐 나이로비, 폴란드 첸스트호바, 미국 워싱턴, 그리고 일본 아키타가 서로 생중계로 연결, 동 시간대에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형제, 자매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기도의 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밤 11시가 되자 기다렸던 행사가 시작되었다. 키쿠치(菊地)주교님은 “장엄하고 조용한 밤이지만, 마음속 깊이 하느님 앞에서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자.”며 초대했다. 이어, 일본어, 베트남어, 한국어, 타갈로그어와 영어 5개 국어로 행해진 4차례의 성체강복이 밤새 기도의 산을 넘어야 할 신자들의 영적 힘을 북돋아 주었다. 

뒤이어, 로마교구의 행사장에 바티칸으로부터 파티마의 성모상이 헬기로 모셔져 왔고, 함께 깨어 기도하기 위해 각국의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손과 손에 묵주를 들고 ‘아베 마리아’를 목청껏 노래했다. 각 단의 중간에 신앙의 체험을 증언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기도의 마음으로 모아주시는 성모님의 사랑이 나에게도 가슴 깊이 전해져왔다. 또 이 거룩한 시간을 함께 하도록 그 옛날, 나를 천주교 신앙으로 인도해준 어머니와 많은 은인이 생각났다. 꼬맹이 때 성당 가라고 하면 청개구리같이 이리 빠지고, 저리 빠졌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때는 이 신앙으로 인해 이렇게도 기쁜 날을 맞이하리란 것을 왜 그렇게도 몰랐던지. 천국의 기쁨도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닐까? 

체노두스 교황 대사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을 더욱 하나로 모아주었다. “성모님의 눈빛을 느낍시다! 사랑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고, 연민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성모님의 눈빛을 마음속에 떠올립시다. 눈빛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눈빛으로 애정과 격려, 자비와 사랑을 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질책과 질투, 교만과 미움까지 전할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눈빛은 말 이상으로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됩니다. 성모님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사랑의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봅시다!” 

아침 7시, 파견미사까지 마치고 나오니 날은 이미 밝아 있었다. 몸은 천근만근 피곤했지만, 왠지 영혼이 기뻐 뛰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기도의 밤’을 보내 준 교우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고, 그들이 있기에 내 신앙도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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