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리를 모른다.
김상진 요한 / 중앙일보ㆍJTBC 부산총국장daedan57@hanmail.net
신자 여러분은 ‘하느님의 현존’을 어떻게 체험하셨습니까? 모태신앙으로 어릴 적부터 성당을 다닌 저는 부끄럽게도 나이 50이 넘어서야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가졌습니다. 어릴 적 주일학교 때 수녀님께 물었습니다. “하느님 어디 계시죠?” “사방에 다 계시지. 밥먹을 때 옆에 계시고 걸을 때도 뒤따라 다니신다. 그러니 나쁜 짓 하면 다 아신다.” 그래서 저는 수녀님 말씀대로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하느님을 보지 못했습니다. 걸어가다가 갑자기 두 손을 사방으로 흔들며 하느님을 촉감으로 느껴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불발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답변이 좀 더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하늘과 땅, 달과 별을 보거라. 사람이 만들 수 없는 거란다. 누가 만들었겠니.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만든 거란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저 우주 밖 어딘가에 계신 거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러한 답변에 회의를 갖다가 반쯤 냉담을 하게 됩니다. 다시 신앙 생활을 열심히 한 것은 대학 시절입니다.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의 부실한 신앙 생활을 떨쳐 버립니다. 열성적인 동아리 회원들과 피정도 하고 성지순례를 많이 다녔습니다. 고교 시절 못 읽은 영성 서적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 현존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들어갔습니다. 나보다 훌륭한 많은 분이 신앙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서 부족한 저의 신심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나이 50을 넘긴 어느 날. 차를 고치려고 정비공장에 갔습니다. 정비사가 고장 난 부분을 고치니 다시 시동이 걸렸습니다. 엔진은 잘 돌아갔습니다. 그때 차 아래쪽에 개미가 줄지어 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개미 행렬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 개미는 이 차의 엔진이 움직이는 원리를 모른다. 실린더에서 공기를 압축해 연료를 뿜은 뒤 전기 스파크를 일으켜 폭발하는 힘으로 동력을 얻는 과정을 개미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비사는 안다. 그래 정비사는 하느님이고, 개미는 사람과 같구나. 개미가 아무리 자동차 엔진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려고 해도 모를 수밖에 없는 법.
하느님의 피조물인 사람이 하느님의 존재를 깨닫는 것은 이러한 비유가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유한한 사람이 무한한 하느님 존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어릴 적에 수녀님과 부모님들이 이렇게 설명해 줬으면 좀 더 쉽게 하느님께 다가갔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 28) 이 말씀을 깨닫는데 50년이 걸린 이 불쌍한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