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39호 2013.10.13 
글쓴이 김영일 바오로 

신앙의 기쁨을 자녀들에게 먼저

김영일 바오로 /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kim6996@silla.ac.kr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토요일 저는 주일학교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 시합을 하였습니다. 야구 시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어머님으로 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 이후 한 번도 주일학교에 빠진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꾸지람이 무서웠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이 깊지는 않지만, 조그마하게라도 지켜온 저의 신앙의 뿌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서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학원에 가야 해서 미사에 못 가요.” “그렇구나. 학원 시간이 바뀌었구나. 할 수 없지. 다음에 고백성사하고, 학원부터 갔다 오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의 한 모습입니다. 물론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보다 경쟁이 더 심해지고, 그래서 조금의 시간도 아껴서 공부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또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시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경우 주일학교는커녕 주일미사조차 가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때로는 주일학교나 주일미사를 가지 않겠다는 자녀와 다툼을 벌이는 가정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저도 그중의 한 사람이 되어 있더군요.

학생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주일학교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가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고, 아예 공부하기 조차 싫어하는 학생들도 제법 있습니다. 놀기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어려운 공부보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에 쉽게 빠지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입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공부가 아닌 다른 재미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와 유혹이 넘쳐나 아이들의 생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신앙을 대하는 우리 부모들의 자세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조상들이 순교를 무릅쓰고 지켜내어 전해준 믿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믿음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이어줄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자녀들이 자유롭게 신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기쁨을 느끼는 신앙이라면, 자녀들에게 가장 먼저 권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신앙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그 축복을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우리 자녀들이 먼저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신앙을 가진 부모의 자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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