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되어주는 일
김태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 이주노동자사목
한국사회에 1980년대 후반부터(1988년 서울 올림픽 전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음) 이주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는 한국이 60~70년대에 독일, 중동 등에 많은 인력을 파견하는 노동력 수출국에서, 노동력 수입국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일정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OECD 기준에 따르면 인구의 약 5%가량이 외국 국적자인 경우 다문화 국가로 분류할 수 있는데, 2012년 12월 말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445,103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3%를 넘어서 약 4%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의 대상으로는 결혼 이민자, 귀화자, 부모동반 외국 국적 자녀, 재외동포, 유학생, 외국인 전문 인력, 난민,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민자들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단일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아와서 그런지 우리의 취약한 부분,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외국인들을 여전히 무시하는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백인이며 영어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 사람인가, 못사는 나라 사람인가, 우리보다 피부색이 밝은가, 어두운가, 영어를 잘하는가, 못하는가 등의 기준으로 외국인들을 구분하고 있는 우리 안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런 한국 사람이라는 기준을 넘어서서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교회는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었던 이방인이자 나그네의 삶을 살았던 예수님과 함께 성모님 역시 이민 여성의 생생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집을 떠나 예수님을 낳으셨고, 예수님을 지키기 위해 이집트로 피난을 가셨으며, 예수님의 공생활 기간에는 드러나지 않게 아들 뒤를 따르셨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제자들과 함께한 그 모든 여정을 통해서 대중 신심이 성모님을 ‘거리의 성모님’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닮아가고자 노력하고, 신앙인들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삶을 세상 안에서 살아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잘 알고, 하느님 안에서 세상 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고, 다양성 안에서 조화롭게 하나 되는 삶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는 사명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선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리가 먼저 진정한 이웃이 되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주님과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모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