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희극? 비극?

가톨릭부산 2015.11.06 01:52 조회 수 : 251

호수 2237호 2013.09.29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인생은 희극? 비극?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estak@busanmbc.co.kr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보면 힘들었던 일도 여유있게 떠올릴 수 있지만, 하루하루의 삶을 뜯어보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의 어떤 영웅호걸이라도 삶의 고통과 희로애락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님도 때론 눈물을 흘리셨고 고독과 싸우셨고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마태 26, 37∼38 참조)이라고 말씀 하신 적도 있습니다. 

행복하려면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는 게 늘 호락호락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살다 보면 예상 못 한 불행과 맞닥뜨리고 억울한 일이 생기고 배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자주 상처받고 때론 외롭고 오랫동안 불안과 무기력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일상을 긍정적으로 살라는 건 근거 없는 낙관에 기대거나 무리한 호언장담을 일삼으라는 게 아닐 겁니다. 비극과 희극이 섞인 나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처받은 일상을 담담하게 안아주는 마음.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하며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게 인생을 긍정적으로 사는 자세 아닐까요? 행복을 연구한 미국의 어느 수녀님은 “이 세상의 행복은 영원히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살아가는 능력이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일상(日常)의 한자는 태양이 매일 뜨고 지는 반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일은 계속됩니다. 이렇게 자연의 변치 않는 질서와 일상이 시작된 곳으로 한발 한발 걸어가는 게 우리의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창조의 질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다 마침내 창조의 시원(始原)으로 돌아가는 일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인생이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삶의 무게가 때론 힘들어도 소박한 나의 일상을 보듬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사는 일. 세상의 욕심을 조금씩 덜어내며 하느님 품 안으로 이어진 길을 담담히 걸어가는 일이 영원한 행복의 길로 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은 친히 자연의 질서를 보여주시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격려하고 계신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선선해진 가을바람이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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