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한 대의 무게

가톨릭부산 2015.11.06 01:47 조회 수 : 190

호수 2233호 2013.09.08 
글쓴이 박주영 첼레스티노 

미사 한 대의 무게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 취재 본부장park21@chosun.com

대학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가 얼마 전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전 부산서, 아주머닌 서울서 사는 탓에 20여 년간 제대로 연락이 없었던 터라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 아주머닌 병인박해 때부터 가톨릭에 귀의한 집안이라 독실한 신자이지요. 제가 성당에 다니게 된 데도 그 아주머니의 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주머닌 종종 제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로부터 ‘미사 한 대의 무게’란 동화 구연 영상물 메시지가 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늦둥이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쯤인가 열심히 읽어주던 동화책이어서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려다 아주머니의 마음을 무시하기 미안해 그 영상물을 보았습니다. 

어느 나라 왕의 결혼식 날, 굶주린 늙은 과부와 그 나라 최고의 빵집이 나옵니다. “오래된 빵 껍질이라도 주신다면 오늘 저녁 미사는 당신을 위해 바치겠어요”, “환상에 빠져 있군” “미사보다는 당신의 동전 소리를 듣고 싶소” 그래서 늙은 과부와 빵집 주인의 ‘미사 무게 시합’이 벌어집니다. ‘미사 한 대’라 쓴 종이쪽지와 그 빵집 전체의 빵을 천칭 저울에 달았더니 작은 종이쪽지 한 장을 담은 쪽이 아래로 내려갑니다. 빵집 주인의 패배……. 
예전처럼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이 동화를 읽을 때마다 전 ‘우리가 드리는 미사가 상징일까 현실일까?’란 생각을 합니다. 미사는 예수님 사건을 제의로 재현하는 것이라고들 하지요. 수난과 부활 말이지요. 실제 사건과 동일하지 않으니까, 또 과거의 일을 지금에 기억하고 드러내는 것이니까 ‘상징’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전 그걸 현실이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말씀의 전례에서 마을을 돌며 강론을 하시는 예수님을 보고, 성찬의 전례를 주님께서 직접 하신다고 상상하다 보면 다른 무엇이 마음에 전해옵니다. 눈먼 이, 못 듣는 이, 귀신들린 자, 묶인 자를 고치고 풀어주시는 예수님, 피땀 흘리며 기도하시는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엠마오 언덕에서 제자들을 만나주시는 예수님, 눈썹이 휘날리도록 무덤으로 달려가는 제자들……. 
이 사건들이 상징, 상상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는 거지요. 과거가 현재가 되는 겁니다. 개념의 하느님, 과거의 주님이 아니라 김대건 안드레아와 정하상 바오로의 하느님, 살아계신 주님이신 거지요. 그래서 미사는 살아계신 나의 하느님, 주님을 직접 만나는 복된 자리라 전 생각하곤 합니다. 미사가 현실이라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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