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

가톨릭부산 2015.11.06 01:46 조회 수 : 67

호수 2231호 2013.08.25 
글쓴이 장영희 요한 

안다는 것

장영희 요한 / 시인, 부산대 겸임교수 jangyhi@hanmail.net

올여름엔 무더위로 마음먹었던 독서도 제대로 못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계획을 세워 마음 부담 없이 지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지내면서 문득 ‘안다는 것’은 뭐지? 하고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지 않고 무심결에 그 사람(사물, 지식이나 진리)에 관해 잘 ‘안다.’고 말할 때가 많다. 과연 ‘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의 시야는 한정되어 있어서 가까이에서 보면 작은 것만 보고 멀리서 보면 그 대강만 보기 때문에 결국 잘 아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산을 잘 안다고 말하지만, 산을 바라볼 때, 나무만 보면 숲을 보지 못하고 숲만 보면 나무를 보지 못한다. 이것은 산을 알지 못한 것과 같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똑같다. 삶 속에서 잘 안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끔 어떤 사람을 알아서 그 사람을 도와주고 난 뒤 그 사람의 배신에 마음 아파하곤 한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안 것’이 아닌데도 착각하고 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어떤 일을 도모하여 실수하고, 신뢰를 잃고, 실망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선인들은 ‘배은망덕, 표리부동’이라는 말을 만들었을까? 때로는 어떤 사람에 관해 일부분만 알면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 빠져 그 사람의 본 모습이나 진실을 보지 못할 때도 잦다. 이른바 ‘장님 코끼리 만지기’이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서, 공자는 자로에게 “유(由)야, (중략)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니라.”라고 가르쳤다.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는 말이다. 가슴을 치게 하는 탁견이다. 이 말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며, 자신의 무지를 깨달으라는 말과 통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인용한 것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자신의 무지를 알라’라는 말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이 말을 썼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리라.

성경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오늘 닭이 울기 전에 그대는 나를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할 것입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베드로는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고 한다. 베드로가 통곡한 그곳에 갈리깐뚜(Gallicantu) 즉 닭이 운다는 뜻으로 ‘닭 울음 성당’을 지었는데 오늘날은 ‘베드로 통곡 기념 교회’라 부른다. 베드로가 예수를 아느냐는 물음에 “나는 그 사람을 모르오.”(마태 26, 69∼75 참조)라고 세 번 부인한 그날 새벽의 정경을 생각한다. 베드로는 ‘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모른다고 했을까?

호수 제목 글쓴이
2234호 2013.09.15  천사를 데려오셨네요 김기영 신부 
2233호 2013.09.08  미사 한 대의 무게 박주영 첼레스티노 
2233호 2013.09.08  내 몸의 중심은 ‘아픈 곳’ 이동화 신부 
2231호 2013.08.25  안다는 것 장영희 요한 
2230호 2013.08.18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김영일 바오로 
2229호 2013.08.15  하느님 창조의 신비, 별들의 속삭임 김검회 엘리사벳 
2228호 2013.08.11  텃밭에서 만난 하느님 김상진 요한 
2227호 2013.08.04  수호천사와 데이트하는 날 장정애 마리아고레티 
2226호 2013.07.28  구원의 초대는 소리 없이 김기영 신부 
2225호 2013.07.21  노동인권교육으로 노동(자)을 알자. 김광돈 요셉 
2224호 2013.07.14  천국 모의고사 탁은수 베드로 
2223호 2013.07.07  감자 꽃이 피었습니다 박옥위 데레사 
2222호 2013.06.30  그 밤, 주님의 집으로 초대받은 이 김기영 신부 
2221호 2013.06.23  막힘이 없이 잘 통해야 박주미 막달레나 
2220호 2013.06.16  공세리 성지를 다녀와서 박주영 첼레스티노 
2219호 2013.06.09  불리고 싶은 이름 정재분 아가다 
2218호 2013.06.02  푸른 빛 안고 순례하시는 어머니 김기영 신부 
2217호 2013.05.26  산티아고 가는 길 이동화 신부 
2216호 2013.05.19  말의 비밀 김상진 요한 
2215호 2013.05.12  잃어버린 장갑 한 짝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