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가톨릭부산 2015.11.06 01:39 조회 수 : 36

호수 2230호 2013.08.18 
글쓴이 김영일 바오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김영일 바오로 / 신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kim6996@silla.ac.kr

‘착하게 살아왔지만, 가난해서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줄 수 없는 아빠와 밖에서는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자녀들에게는 아쉬울 것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게 해 주는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은 아빠일까?’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면 이렇게 대비되는 두 아버지의 모습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적 고민에 대해 교회는 분명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 25)

그러나 신앙심이 그렇게 굳건하지 못한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기도 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물질문명이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아가 인간적인 측면에서 말한다면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부정한 방법조차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보통의 사람들이 평생 일을 해서 모아도 쉽게 장만하기 어려운 집값이며, 아이 때부터 들어가는 엄청난 사교육비 등이 생각날 때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혹은 뜻밖의 운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 박탈감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가르침을 쉽게 잊어버리게 하고 맙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자가 모두 부정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우리는 가난과 풍요에 대해 모순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일에 들었던 소돔과 고모라에 관한 성경 말씀은 이러한 저의 고민을 씻어주었습니다. 단 몇 명의 선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타락한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지 않겠노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제 머리에서는 ‘그렇구나! 많은 부정과 불의에도 세상이 유지되는 이유는 가난하지만 착하게 사는 사람들 때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정과 불의가 풍요를 가져다주는 모순이 난무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선한 사람들이 아직은 충분히 이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도 가난하지만 행복한 아빠들이 웃으며 사는가 봅니다. 그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또한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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