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와 데이트하는 날

가톨릭부산 2015.11.06 01:36 조회 수 : 52

호수 2227호 2013.08.04 
글쓴이 장정애 마리아고레티 

수호천사와 데이트하는 날

장정애 마리아고레티 / 시조시인 mariettij@kornet.net

어느 중학생이 ‘메신저’라는 시를 써냈어요. 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이라 시의 제목부터가 달랐습니다. 그 시를 함께 감상하면서 다른 학생들의 생각도 듣게 되었는데, 한결같이, 스마트폰이 좋기는 하지만, 사실 공부에 방해도 된다네요. 시험공부 하면서도 책상 위에 폰이 올려져 있어야 안심이 되는데, 실은 자꾸 그쪽으로 시선이 가서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들 했어요. 더구나 친구들끼리 만나도 이제는 다들 각자의 폰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또래들 사이에서 소식이 늦어 혼자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그런 점이 불안하다고들 했어요. 기계로 인한 인간 소외의 현실을 그들도 이미 감지한 것이지요.

학생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아직 어리지만, 좋은 세상을 위한 기여는 나중에 커서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고 있는 그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도 값진 기여가 될 수 있다.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약속을 해 보라. 일주일에 어느 하루는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혼자라면 소외감을 느끼겠지만, 둘이 함께하면 힘을 가질 수 있다. 친구들이 아는 소식을 혼자만 모르는 것이 아닐 때, 당당해질 수 있다. 사실 그 소식들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님은 여러분도 알고 있다. 두 사람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물을 것이다. 그때 이야기해 주라. 우리는 이러이러해서 일주일에 하루는 이런 약속을 지키기로 했노라고. 여러분의 태도는 다른 친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차츰 그들도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아름다운 하나의 혁신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의외로 학생들은 기쁘게 동의하였고, 저는 그들이 누룩이 되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만 짐을 지워 준 모양새가 되고 말았지요, 저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있으니. 그래서 내 몫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더니 내비게이션이 떠오르네요. 구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차, 저도 어느새 내비게이션에 길들어 있었습니다. 길 찾기뿐만 아니라 속도 단속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 고장 날지도 모를 이 친구를 너무 믿는 것도 썩 지혜로운 태도는 아닐 듯합니다. 그래, 나도 일주일에 하루는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운전해야지. 두루두루 살피며 잘 깨어 있어야지!

덕분에 수호천사님과 신나게 데이트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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