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교육으로 노동(자)을 알자.
김광돈 요셉 / 노동사목 사무국장 www.laboroffice.or.kr
얼마 전에 인천 강화도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1960년대에 강화도 내 심도직물이라는 공장에서 15세 어린 나이에 일했던 노년의 여성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당시 공장 터에 놓인 굴뚝 앞에서 그 시절을 회상하며 어린 여성노동자로 겪은 관리자의 횡포, 폭력, 장시간노동, 무보수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참혹한 현실에서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통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차츰 동료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으니 관리자가 대하는 모습이 이전과 달라졌고, 어려운 삶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누구도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었을 때 교회(가톨릭)는 부모처럼 자신들을 보살피고 늘 옆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힘을 준 큰 울타리였다고 한다.
노동이라는 것이 본래는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 가톨릭 사회교리 ‘노동하는 인간’(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에서도 ‘오직 인간만이 노동을 할 능력이 있으며 오직 인간만이 노동을 하며 동시에 노동을 통하여 자신의 지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은 인간과 인간성을 나타내는 특별한 표시이며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 움직이는 개개의 인격체를 나타내는 표시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노동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형제적 친교와 자유 또한 증대시킨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이라면 천하고 피하고 싶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노동에 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다. 노동자풍이라고 한다면 어떤 인상을 떠올리는가? 노동자는 바깥에서 막일하는 사람 정도로 폄하하고, 인상은 험하고, 무식하고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로 따지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노동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의 대부분은 노동자다.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노동자로 살아간다. 비정규직이 아니면 다행인 한국 사회다.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은 초등학생 때부터 노동과 노동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도록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노동에 대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자신이 사용자이든 노동자이든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를 생각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즉 노동자와 사용자는 서로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한다.
노동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인간 삶의 중심임을 알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노동인권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