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25호 2013.07.21 
글쓴이 김광돈 요셉 

노동인권교육으로 노동(자)을 알자.

김광돈 요셉 / 노동사목 사무국장 www.laboroffice.or.kr

얼마 전에 인천 강화도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1960년대에 강화도 내 심도직물이라는 공장에서 15세 어린 나이에 일했던 노년의 여성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당시 공장 터에 놓인 굴뚝 앞에서 그 시절을 회상하며 어린 여성노동자로 겪은 관리자의 횡포, 폭력, 장시간노동, 무보수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참혹한 현실에서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통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차츰 동료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으니 관리자가 대하는 모습이 이전과 달라졌고, 어려운 삶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누구도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었을 때 교회(가톨릭)는 부모처럼 자신들을 보살피고 늘 옆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힘을 준 큰 울타리였다고 한다. 

노동이라는 것이 본래는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 가톨릭 사회교리 ‘노동하는 인간’(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에서도 ‘오직 인간만이 노동을 할 능력이 있으며 오직 인간만이 노동을 하며 동시에 노동을 통하여 자신의 지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은 인간과 인간성을 나타내는 특별한 표시이며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 움직이는 개개의 인격체를 나타내는 표시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노동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형제적 친교와 자유 또한 증대시킨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이라면 천하고 피하고 싶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노동에 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다. 노동자풍이라고 한다면 어떤 인상을 떠올리는가? 노동자는 바깥에서 막일하는 사람 정도로 폄하하고, 인상은 험하고, 무식하고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로 따지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들은 노동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노동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의 대부분은 노동자다.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노동자로 살아간다. 비정규직이 아니면 다행인 한국 사회다.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은 초등학생 때부터 노동과 노동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도록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노동에 대한 교육을 받은 이들은 자신이 사용자이든 노동자이든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를 생각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즉 노동자와 사용자는 서로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한다. 

노동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인간 삶의 중심임을 알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노동인권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