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모의고사

가톨릭부산 2015.11.06 01:33 조회 수 : 74

호수 2224호 2013.07.14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천국 모의고사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시사정보팀장 estak@busanmbc.co.kr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긴장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학생은 성적으로, 직장인은 실적으로, 정치인은 투표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들로부터도 인성 등에 대해서는 평을 듣게 마련입니다. 숱하게 겪게 되는 평가 중에서 가장 큰 평가는 생을 마치고 난 뒤 하느님께서 내리는 평가일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나 직장상사가 내리는 평가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정작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평가에는 소홀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주객이 바뀌어서 사람이 하느님을 평가하는 오만함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뒤처지지 않으려 바쁘게 살다 보니 문득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곳이 이정표 없는 광야인 것 같은 불안함입니다. 여기에다 나이 들면서 더욱 세진 고집과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죄의 합리화로 잘못된 길을 너무 많이 걸어온 것 같은 두려움도 있습니다. 미래의 불안을 핑계로 세상의 것을 필요보다 많이 움켜쥐려 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 이렇게 불안할 땐 내 인생의 어디쯤을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하느님께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치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학습수준과 출제방향을 점검하듯 더 늦기 전에 내 인생의 중간점검 같은 걸 받아보고 싶습니다. 천국 가기 위한 모의고사라고나 할까요.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듯 내 인생에 대한 하느님의 평가는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습니다. 어느 철학자는 ‘신 앞에선 모두 단독자’라고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의 답은 하느님께 직접 여쭤보는 게 정석입니다.

휴가철입니다. 일상에 지친 자신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찾아서는 굳이 길을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돈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숨을 가다듬고 마음을 모으면 됩니다. 하느님은 멀리 있지 않고 늘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세상의 소리를 내려놓기만 하면 때론 시원한 바람처럼, 때론 심해의 물결처럼 말을 걸어주십니다. 그렇게 하느님과 홀로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혹시 압니까? 친해진 하느님께서 천국가는 특별과외라도 해 주실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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