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꽃이 피었습니다
박옥위 데레사 / 시조시인, poempark@hanmail.net
2월 초입 감자알에 뾰족 눈이 열렸다
눈은 보는 것이라 온몸이 창문이다
감자 꽃 하얀 여름까지 환하게 내다 본다
더 넘어 모래밭 속 하얀 알을 보는 게지
그대의 날숨까지 밭에다 묻어 달라
감자 눈 나를 보챈다 참 그윽한 청이다
<졸시, 그윽한 청. 전문>
지난봄 감자를 심었습니다. 작년 가을 먹다 남은 감자에 움이 트더니, 뾰족뾰족 눈을 뜬 그들의 아우성이 뿔같이 자랐습니다. ‘나를 심어주세요!’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요. 스스로 눈 뜨는 것, 움이 돋는 것은 대견한 일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스스로를 확인하고 사랑하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세상을 향해 은밀히 신호를 보내는 감자는 먼 내일을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눈은 보는 것이라 감자 몸은 온통 눈이고 창문인 듯했지요. 문을 열어달라고 보채는 듯 온통 눈을 주뼛댔지요.
생명은 자기 사랑의 본능이 있고 그 본능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자의 눈은 여름날 하얀 감자 꽃을 피우고, 모래밭 속의 하얀 감자알을 꿈꾸는 것입니다. 이런 감자를 농부들은 심어줍니다.
눈 붙인 감자를 잘라 텃밭 한쪽에 심었습니다. 어느새 잎이 자라더니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하얀 감자 꽃이 참 소박하고 귀엽게 보입니다. 집 앞 푸른 감자밭 긴 이랑에 드문드문 하얗게 핀 감자 꽃을 보면, 흰 수건을 쓰고 푸른 이랑을 메는 어머니가 눈에 스치는 듯…. 유달리 감자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어머니는 고구마를 삶을 때에도 감자 몇 알 넣기를 잊지 않으셨지요.
그런데 내가 봄에 심은 감자는 벌써 내게 그리움을 선사하더니, 얼마 후면 하얀 알 감자를 한소쿠리 선물로 내줄 듯합니다.
‘나를 조금만 도와주세요! 꿈이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이웃을 가끔 만납니다. 그를 도우려면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돕는 것과 같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지요.
말없이 남을 돕는 사람이 많지만, 신앙인 중에는 가톨릭 신자가 남을 잘 돕는다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감자알 같은 작은 일을 소중히 하고, 감자알 같은 동그란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