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이 없이 잘 통해야

가톨릭부산 2015.11.06 01:30 조회 수 : 95

호수 2221호 2013.06.23 
글쓴이 박주미 막달레나 

막힘이 없이 잘 통해야

박주미 막달레나 / 노동사목 바자울배움터 www.laboroffice.or.kr

일상생활에서 한군데라도 막히면 불편함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하수도를 생각해보면 수도관이 막혀 깨끗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용한 폐수를 버려야 하는데 배관이 막혀 흘러내려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상대편의 뜬금없는 행동이 화를 치밀게 했을 때 따지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겠다고 하고 팽 돌아서는 상대편 등에 대고 성질을 부리고 가슴을 치며 답답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어라고 말을 하고 소통을 하면 오해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막힘이 없이 잘 통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의 기본질서가 잡히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 친구, 사회생활, 신앙공동체, 더 나아가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관계도 막힘이 없이 잘 통한다면 그야말로 분쟁도 없고 전쟁도 사라진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돕고 존중하면서 살아갈 때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났기에 인간 그 자체가 참으로 소중하고 귀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무수한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되고 황폐해져 가는 삶에 내동댕이쳐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으로서 행복할 권리가 맘몬의 가치로 짓밟히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제 이들은 더는 희망을 꿈꾸지 않아야 하는지 막막하고 답답함에 몹시도 괴롭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그 어느 누구나 제 역할이 있습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진정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희생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 또한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내 것을 양보하고 기다려 줄 때 상대편의 편안한 얼굴을 볼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기대하지 않았을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해주는 흐뭇한 기쁨을 선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반면,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채우려고만 하면 상대편에게 더 많은 희생과 내어놓음을 강요하게 됩니다. 당장의 생존권에 위협을 느끼고 미래가 불안한 이들에게 사회적 배려와 관심은 없고, 개인의 책임을 묻거나 혹은 설득되지 않는 방법으로 양보와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야말로 불행하고 분쟁만이 있어 어렵고 힘든 세상살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막힘없이 잘 통하여서 평화를 섬기고 평화가 이루어진다면, 참으로 정의롭고 행복한 세상, 하느님이 “보시니 참 좋다”라는 세상이지 않겠습니까? 요즘 부쩍 ‘소통’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어디서나 회자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