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고 나아가십시오!

가톨릭부산 2015.11.05 08:40 조회 수 : 72

호수 2210호 2013.04.07 
글쓴이 김기영 신부 

두려워 말고 나아가십시오!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gentium92@yahoo.co.kr

지난 달, 나가사키를 다녀왔다. 부제반 피정 때 도움을 주신 수녀원의 노인복지시설에서 직원들이 연수 차 일본 순례를 온 것이다. 직원들이 순례를 통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고, 그 열심히 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성심껏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 그들 중에는 아직 영세를 받지 않은 분들도 있어서 이번 순례에 신앙의 은총을 청하면서 온 것이었다. 나 역시 과거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 기쁜 마음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장장 5시간의 기차 여행을 마치고 나가사키 역에 내리니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그런데 이 택시가 보통 택시가 아니었던 것이다. 기사님은 문득 2008년 11월 24일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베드로 키베와 187명의 시복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당시 시복식을 맡았던 시라야나기(白柳) 추기경과 교황대사, 그리고 현 히로시마 교구장인 마에다 주교까지 이 차로 모셨다며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은 비록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일본 가톨릭 교회에서 제일 어른이신 분을 모셨으니 이것도 무슨 인연일지 모르겠다고 이번 기회에 꼭 한 말씀을 적어 주십사고 추기경님께 부탁을 드렸단다. 하지만 그때는 서둘러서 행사장으로 가는 중이었기 때문에 추기경님은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적어주겠다고 하셨단다. 그런데 시복식이 끝나고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어서 추기경님은 다른 택시를 타고 돌아가시게 되었다. 이 기사님은 미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붓과 종이까지 준비하고 있었지만, 끝내 추기경님을 다시 만나지 못한 것을 마음 아프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섭리일까? 나도 그때 시복식에 참석했었다. 사무치는 추위와 빗속에서 장장 3시간을 부들부들 떨며 기도했던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추기경님의 강론 중에 그날의 추위를 단번에 녹여버릴 정도로 강한 울림이 있었던 한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 두려워 말고 나아가십시오!” 우리가 이웃에게 선의를 가지고, 복음을 전할 때 순교자들께서 함께해 주시니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기사님께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랬다. ‘추기경님은 벌써 하늘나라에 가고 안 계십니다. 아마도 지상에서 다시 추기경님을 만날 기회는 없겠지요.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이 말씀을 오늘 기사님께 드리고 싶습니다만, 어떠십니까?’ 그랬더니, 이 기사님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렇게 이번 순례가 당신의 초대에 의한 것임을 알려주셨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