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啐啄同時)

가톨릭부산 2015.11.05 08:39 조회 수 : 12

호수 2209호 2013.03.31 
글쓴이 김광돈 요셉 

줄탁동시(啐啄同時)

김광돈 요셉 / 노동사목 사무국장

‘부활을 축하합니다.’ 서로 인사를 건네며 선물로 주고받는 부활달걀(Easter egg)은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물리치고 새로운 생명으로 나타나신 돌무덤의 상징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하고, 그 영광에 참여하며, 부활의 기쁜 소식을 널리 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에는 달걀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지만 현대 생활에서는 흔한 먹을거리다. 그래도 부활절에 주고받는 달걀은 잔칫상의 산해진미(?)처럼 특별하고 맛있다. 

달걀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하여지므로 사제지간이 될 연분(延紛)이 서로 무르익음의 비유로 쓰인다. 또한 줄탁동시는 ‘참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본 제자들은 예수님의 제자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어떤 집에 숨어 있다가 홀연히 나타난 예수님에게 평화의 인사를 받는다.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그 후 제자들은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에워싸고 있던 두려움의 문을 열고 곳곳에 기쁨을 전한다.

관계에서 어렵고 지치게 하는 누구를 만날 때 내적 평화가 없으면 우리는 숨어 지내던 제자들처럼 자주(또는 가끔) 움츠리고 힘들어하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때로는 환경을 탓하거나, 때로는 상대방을 탓하며 불신과 분노의 꺼풀로 자신을 겹겹이 쌓고 한 발짝 물러난다. 

이 땅에 평화가 넘쳐나는 아버지의 나라가 오기를 바라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좀 더 자유롭고 친밀한 나이고 우리이기 위해 이번 부활기간 동안 그리스도와 ‘연분 쌓기’, 늘 우리 곁에서 사람(나)과 세상을 쪼아 깨뜨리고 계신 그리스도의 ‘탁’과 맞물려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참나를 찾기 위한 나의 ‘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일상에서 제자 되기 위한 나의 ‘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참나’를 발견하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약점과 상처까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의 아픈 소리에 응답할 때 비로소 주님의 평화 안에 머물 수 있지 않을까?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