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파파(Viva Papa)

가톨릭부산 2015.11.05 08:38 조회 수 : 515

호수 2208호 2013.03.24 
글쓴이 박주영 첼레스티노 

비바 파파(Viva Papa)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 취재 본부장park21@chosun.com

얼마 전 제266대 교황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 사임 이후 세계 각 언론은 연일 새 교황 선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한국의 언론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연일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 대해 대서특필했습니다. 

“…콘클라베는 종교적 절차로 외부에 읽히지만, 결국엔 한 사람의 지도자를 뽑는 행위, 곧 선거(選擧)라는 점에서 명백한 정치행위다….”

즉, 세속의 호사가들은 콘클라베를 ‘성(聖)’으로 포장된 ‘속(俗)’의 일로 여기는 듯합니다. 그럴까요? 분명 겉으로 보기에, 표면은 ‘선거’임에 틀림없습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우리가 보는 생활의 선거들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릅니다.

뭐가 다를까요? 저에겐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성과 속의 이중주’. 표면은 속사(俗事)와 같지만 내면은 성사(聖事)인 거지요. 겉은 속사와 같은 형식의 선거이지만 그 내면엔 하느님, 성령님의 현존 하심이 있다는 걸 세속의 언론들은 모르는 거지요. 

동양식 표현을 빌자면 ‘불립문자’요 ‘교외별전’이라 할 수 있는 ‘신비’입니다. 도저히 언어로는 포착, 표현이 안 되는 무엇 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가톨릭 신자’의 삶은 이 성과 속을 씨줄과 날줄로 해서 짜 가는 피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때 ‘성의 줄’은 비신자들에겐 잡히지 않는 주파수인 셈이지요.

새 교황님이 정하신 ‘프란치스코’란 즉위명은 어떤가요? 이 이름에도 ‘하느님의 현존 하심’이 녹아 있을 것입니다. 교황님은 선출 후 붉은 모제타를 걸치지 않은 채 군중을 만나는가 하면 호텔로 갈 때 버스를 타고 숙박료도 직접 계산하시고, 첫 미사를 드릴 때 참례자들이 잘 알아듣도록 라틴어 대신 이탈리아어를 사용하셨습니다. 또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짓고, 십자가 없이 예수의 이름을 부르면 우리는 주 예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 존재일 뿐”이라고 강론하셨지요.

저는 이런 모습들이 하느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통해 현대 인류에게 주시는 선물일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펼쳐질 그 선물 꾸러미의 내용은 ‘태양의 노래’, ‘평화의 기도’에 숨겨져 있는지 모릅니다. “지극히 높으시고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여!…언니 햇님에게서 찬미를 받으사이다…누나 달이며 별들의 찬미를 내 주여 받으소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비바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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