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6호 2017.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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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영훈 신부 |
거짓증언이란?
이영훈 알렉산델 신부 / 노동사목 담당
얼마 전 국정조사가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들만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사람들이 진솔하게 성찰하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들은‘모르겠습니다.’,‘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결코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등의 모르쇠와 거짓증언으로 자기를 방어하기 바빴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무책임한 그들의 발뺌을 보는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십계명의 거짓증언 금지조항’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거짓증언’을 십계명 중에서 비교적 사소하고 가벼운 죄목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실제 이 계명은 매우 엄중한 배경과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짓증언은‘법정’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십계명에서의 거짓증언은‘법정에서의 거짓증언’과 동일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것은 다니엘서 13장의‘수산나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산나는 원로들의 거짓증언 때문에 죽을 위기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린 다니엘의 지혜 덕분에 자신의 무죄함을 증명하게 되었고, 대신 거짓증언을 한 원로들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성경은 거짓증언을‘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생명’, 그리고‘공동체’를 앗아가고,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거짓증언을 한 사람에게 그것과 동일한 책임을 묻습니다. 그리고 비록 직접적으로 거짓증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는 것’또한 거짓증언으로 간주합니다. 결국 십계명에서 거짓증언을 금지시키는 것은 나의 거짓증언으로 인해 누군가의 권리와 생명, 그리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또한 언제나 진실을 말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입니다.
거짓증언에 대한 책임은 그 지위와 권한이 높고 클수록 더욱 무거워집니다. 지위와 권한은 그 크기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권리와 생명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우리 현실은 이를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밝혀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하느님의 법정’에서도 이것을 감출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책임을 하느님께서 셈하신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마음에 부디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고백할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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