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증언이란?

가톨릭부산 2017.01.04 10:43 조회 수 : 132

호수 2416호 2017.01.08 
글쓴이 이영훈 신부 

거짓증언이란?

이영훈 알렉산델 신부 / 노동사목 담당

  얼마 전 국정조사가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들만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사람들이 진솔하게 성찰하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들은‘모르겠습니다.’,‘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결코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등의 모르쇠와 거짓증언으로 자기를 방어하기 바빴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무책임한 그들의 발뺌을 보는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십계명의 거짓증언 금지조항’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거짓증언’을 십계명 중에서 비교적 사소하고 가벼운 죄목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실제 이 계명은 매우 엄중한 배경과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짓증언은‘법정’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십계명에서의 거짓증언은‘법정에서의 거짓증언’과 동일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것은 다니엘서 13장의‘수산나 이야기’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산나는 원로들의 거짓증언 때문에 죽을 위기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린 다니엘의 지혜 덕분에 자신의 무죄함을 증명하게 되었고, 대신 거짓증언을 한 원로들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성경은 거짓증언을‘다른 사람들의 권리와 생명’, 그리고‘공동체’를 앗아가고,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거짓증언을 한 사람에게 그것과 동일한 책임을 묻습니다. 그리고 비록 직접적으로 거짓증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는 것’또한 거짓증언으로 간주합니다. 결국 십계명에서 거짓증언을 금지시키는 것은 나의 거짓증언으로 인해 누군가의 권리와 생명, 그리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또한 언제나 진실을 말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입니다.  
  거짓증언에 대한 책임은 그 지위와 권한이 높고 클수록 더욱 무거워집니다. 지위와 권한은 그 크기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권리와 생명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우리 현실은 이를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밝혀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하느님의 법정’에서도 이것을 감출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책임을 하느님께서 셈하신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안타까운 마음에 부디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고백할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해 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2880호 2025. 7. 27  나도 그들처럼 그렇게 걸으리라. 도명수 안젤라 
2879호 2025. 7. 20  “농민은 지구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하느님의 정원사입니다.” 서현진 신부 
2878호 2025. 7. 13  노년기의 은총 윤경일 아오스딩 
2877호 2025. 7. 6  그대들은 내 미래요, 내 희망입니다. 이나영 베네딕다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