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6호 2017.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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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성제 신부 |
마구간을 선택하신 하느님의 아들
조성제 임마누엘 신부 / 수정성당 주임
구유경배를 처음 시작해서 널리 퍼뜨린 사람은 13세기 가난의 성자,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라고 전해집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베들레헴을 방문하여 아기 예수님이 누워 계셨다는 말구유를 보고 하느님의 아들이 보잘것없고 가난한 모습으로 이 세상 사람들에게 오셨다는 사실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감동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싶어서 교황 호노리오 3세의 허락을 얻어, 오늘날처럼 신자 대중 앞에 말구유를 만들어 공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믿는 이들에게 성탄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하려던 것입니다. 가난과 궁핍을 기념하고 기억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구유를 꾸미는 풍습은 프란치스코 회원들에 의하여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이처럼 구유의 본래 모습은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크시대(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오늘날처럼 화려하게 채색된 말구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에서 유다인의 왕으로 태어난 사람을 찾습니다. 그들 편에서 생각해 볼 때 왕이 될 분이시니까 필시 왕족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내로라는 귀족 집안들이 모여 사는 수도 예루살렘에 태어났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아기 예수는 수도 예루살렘이 아니고, 왕궁은 더더욱 아닌 베들레헴이라는 조그마한 동네! 그곳에서도 짐승이 사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이처럼 하느님의 아들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믿는 종교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이유인 셈입니다. 상처 입고 실망할 때도 많지만 우리가 그리스도교 안에 머무는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가장 보잘것없는 곳으로, 가장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오셨다는 이 신앙고백은 우리 믿는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줍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런 삶을 못내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밑바닥의 삶으로 내려가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아기 예수님의 마구간을 화려하게 끌어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냄새나는 마구간에 금칠을 하고 초라한 말구유에 보석을 장식합니다. 이런 심리의 이면을 보면 우리가 당신을 이만큼 대접했으니 우리가 조금씩은 사치스럽게 사는 걸 눈감아 달라는 얄팍한 마음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빈 마음! 우리의 허무! 우리의 가난함 대신에 하느님의 풍요로우심이 채워지도록 우리의 탐욕을, 욕심을 버리라고 하십니다. 그것이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의 참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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